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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림신문》 제1회《두만강》문학상 심사평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05.29일 15:57

김경훈(연변대학 교수, 평론가) /사진 유경봉기자

우선 이번 문학상에서 수상한 모든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아래에 심사위원들을 대표하여 대상부터 수상작에 대한 평을 하도록 하겠다.

이번 심사에서 대상을 받은 수필 《조모의 〈달〉이》는 작달막한 《조모》와 일찌기 소경이 되어버린 《띤장》의 은밀하면서도 끈질긴 20년 남짓한 사랑을 《달》로 표현되는 단풍의 가을을 배경으로 아름답고도 처절한 《황혼의 사랑》을 피빛으로 연출해내는듯 싶다. 빨갛게 익어간다는 의미에서는 단풍이 가을이라는 계절을 대표하리만큼 아름다운 자연의 한 모습이지만 겨울나이를 위해 잎사귀를 일부러 떨어뜨리는 자기 보호적인 나무의 행위에서는 몸의 일부를 절단해내는 가장 처절한 피어린 단풍의 속내를 엿볼수 있기도 하겠다. 바로 지은이는 조모와 《띤장》의 늘그막의 사랑이 단풍의 가을에 못지 않게 아름다우면서도 서글픈것이였음을 드러내고있다. 《무정세월이 흘러가는》 《영탄곡》, 부모의 치부라고 침묵했던 가친, 《소경의 눈을 비추게 하는 아름다운 초불》, 그 소경의 부음을 듣고 그토록 슬퍼하던 조모의 시름겨운 한숨, 이 모든 것들은 그러한 아름다우면서도 처연한 조모네의 사랑이야기를 전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줄거리이다.

늙은이라고 사랑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 사랑이 세속적인 관념에 의해 외면되는것이라든가, 언제 가도 인정이 될수 없는 자기네들만의것이라면 시간이 얼마나 흐르든간에 결과는 쓸쓸한것외에 달리 보일리가 없을것이다. 조모네가 20년이 넘도록 사랑했지만 아들은 치부로 생각했고 손자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주었으며 결과적으로 서로 생사도 모르고 세상을 뜨게 된 결과는 고혹적이리만큼 아름다우면서도 결국에는 땅에 떨어져 이리저리 뒹굴다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마는 단풍과도 같은 운명밖에 더할것이 없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조모네의 사랑은 그처럼 세상에서 소외되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것이였지만 《위대한 생명》의 자취라고 작품의 끝자락에서는 말하고있다. 그때 당시에 세상에 당당하게 인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생명의 초불은 소경의 눈을 밝게 비추고 황혼만큼 피빛의 정열을 불태우고 삼남매를 함께 키운 사람보다 더 끈끈한 사랑의 노래를 엮게 했던 가장 소중한 원천이기때문이다. 생명으로 불태운 사랑보다 더한 진지한 사랑이 또 어디 있으랴!

소설부문의 본상을 받은 《련꽃밥》은 연변 고향의 련못과 한국 경남 오지의 련못을 배경으로 련꽃보다 더 아름다울 안해마저 빼앗기고 홀로 쓸쓸이 이국타향의 련꽃을 우산도 없이 바라보아야 하는 어느 불법체류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련꽃을 닮았고 이름지어 더 아름다운 《련화》라는 안해는 소설의 말미에 련꽃축제의 도우미로 등장하지만 이미 그 꽃은 시들고 이지러진 모양새로 세월의 풍파와 인심의 모질음에 의해 여지없이 비탈려버린 순수하면서도 가련한 조선족 녀성의 또다른 모습이라 할수 있다.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세밀하고 정교로운 메탈한 언어적인 표현과 깊은 의미를 절제하여 표현하고저 하는 감정적인 처리에 의해 아프면서도 아름답게 그 주제를 독자들에게 전해주고있는것 같다. 작품의 제목이 시사하다싶이 그토록 고통스러우면서도 뭔가 깊은 의미를 지니는 주인공의 사연은 련꽃의 밥이 품고 있는 알알의 내용물에 비견될듯도 싶다.

다음의 시부문의 본상작품에 대해 말해보자. 부모가 되여서야 부모의 마음을 진정으로 알수 있게 되여간다는 내용의 《부모 되여》란 작품은 출산의 고통과 기쁨이 뒤섞인 《알찌근한 마음》, 어린애를 안은 《비릿한 마음》, 성장한 애들을 향한 《파릿한 상념》, 성인으로 훌쩍 변해버린 애들을 일별하는 《성숙의 웃음》, 부모가 되여 부모를 돌아보는 애들을 향한 《만족스러운 눈빛》 등 표현에 힘 입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단계들을 부모는 점점 늙어가지만 자식들은 점점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반비례적인 삶의 과정으로 표현하고저 하였다. 물론 그러한 생물학적인 삶의 모습들은 그러나 갈수록 깊어만 가는 부모의 사랑을 뒤늦게야 느끼고 깨달아가는 부모된 자식의 마음이 뒤받침함으로써 부모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에 관한 주제를 시종 일관시키고있어서 여느 시작품들보다 한결 뚜렷하면서도 진지한 시적인 호소력을 갖는다 하겠다. 한편, 이 작품에서 《풀이면 풀,돌이면 돌/물이면 물,새면 새》 등과 같은 표현은 그렇게 신선하다고까지는 할수 없는 표현이지만 부모와 자식의 세대적인 차이를 극복해주는 또다른 시적인 장치로 두운 법칙을 비롯한 전통적인 수단들이 작품의 내용의 여하에 따라서는 매우 친절하면서도 깊의 의미를 나타내는 기능을 함을 발견할수 있게도 한다.

평론부문에서 본상을 받은 《새 천년 전후 중국조선족 한문창작의 현황과 전망》은 이민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김택영, 신정, 신채호에서 김인순, 장률 등 작가나 감독에 이르기까지 한문창작의 역사와 현실을 개괄적이면서 특징적인 요소들을 짚어가면서 잘 분석하고있고 한문창작의 미래에 대해서까지 내다보고있다. 특히 이 글에서 조선어만 고집하면서 현 상태에 안주하는 현상은 우리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나아가 민족문화를 쇠퇴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가 하는 념려는 자못 의미심장한것이라 할수 있다. 사실 한문창작을 통한 주류문단에의 진출의 가능성에 대해 꾸준히 모색하고 적절한 방식에 의한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한다면 그러한 위기는 얼마든지 극복할수 있을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혁개방 이후 나타난 최건과 남영전 등의 한문창작은 매우 값진것이라 할수 있겠다. 물론 이러한 한문창작에도 주의사항은 꼭 알고 지내야 할 기준과도 같은것이기도 하다. 필자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이 점을 충분히 귀띔해주고있다. 《향후 과경민족(跨境民族)의 중국조선족문학은 문학어 사용면에서 필연적으로 모어와 한어 겸용의 〈쌍궤운행〉, 쉽게 말하면 두다리로 걷게 될것이다. 하지만 설사 우리 조선족작가들이 한어창작을 하더라도 조선족의 경험, 조선족의 사상과 감정을 포기하여 주류민족문학에 동화돼가는 경향은 가급적으로 피면해야 할것이다.》

이밖에 청산우수상을 받은 시 《나무그늘》과 수필 《누군들 우물에 갇히지 않는가?》는 깔끔하면서도 살아숨쉬는 표현력과 세속적인 시각을 부정하고 또 다른 목소리를 내고저 하는 이색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발상으로 보는이의 눈길을 끌었다.

거듭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면서 청산그룹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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