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머무르게 될 곳은 영국의 중부에서도 약간 아래쪽에 위치한 챌튼엄이라는 작은 도시였다. 12시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영국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까지도 지금 내가 어느 곳에 와 있는지 실감하지 못했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버스에 올라 우리나라와는 다른 방향에 운전대가 있는, 길을 거꾸로 달리는 것만 같은 장면을 목격하고서야 '내가 지금 정말 영국에 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러스터셔 대학의 기숙사에 도착하니 저녁 9시가 넘어가는 시간, 앞으로 한 달간의 생활에 대한 기대와 걱정에 잠이 오지 않는다. 영국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이 춥고, 비바람이 쳤다. 내가 속한 반 이름은 카디프로 영국 웨일스 지방에 있는 도시 이름이다. 같은 반 친구들로는 스페인, 일본, 터키에서 온 친구들이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거의 매일 어딘가로 여행을 떠났었다. 챌튼엄 주변에는 글러스터셔를 중심으로 코츠월드(Cots wold)라는 13개 정도의 작은 마을이 모여서 관광단지처럼 묶여 있었는데, 학교를 끝나고 조금씩 남는 시간에는 대부분 그곳으로 여행했었던 것 같다. 무언가 평화롭고 여유가 가득한 느낌이다.
다른 도시들도 여행했었는데, 첫 번째 주말에는 영국의 대표적인 대학 옥스퍼드 대학이 있는 옥스퍼드로 갔다.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는데 역시 12세기 이후에 옥스퍼드에 흩어져 있던 대학들을 헨리 2세가 통합하여 만든, 영국뿐만 아닌 영어권 국가 중 최고의 대학이라 칭할 만했다. 워낙 건물들도 고풍스럽고 뭔가 유적과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옥스퍼드의 건물들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를 몇 번이고 서게 했고, 그 안에서 이 시끄러운 관광객들을 피해 여유롭게 책을 보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학구열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또 규모가 우리의 부산이라고 할 만한 버밍엄에서 거대 황소 불상과 수많은 원판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셀프리지 백화점을 보고, 벽화(그라피티)로 유명하다던 브리스톨에서 벽화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알았던 아쉬운 점은 이 벽화들을 안내하는 지도까지 인터넷에 사이트로 있었다는 것이었다.
돌아와서 친구들을 만나건 어른들을 만나건 항상 영국에 대해 물어보면 한 이야기가 있다. 영국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고 신사 같다고. 나만 느낀 것인지도 모르고 그 사람들이 겉치레만 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국을 다시 갈 수 있다면 12시간의 지옥같은 비행시간을 참고도 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물론 물가가 좀 비싸고 음식이 입에 맞진 않았지만 신사의 도시 영국, 정말 매력적이고 많은 것을 보고 배우게 했던 멋진 곳이었음은 틀림없다.
/한규봉 한국 대전대 영어영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