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생각할수록 놀라운 기획이다. 늘 새로움을 갈구하던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이번엔 아날로그를 품었다. 지난 11일 하루를 ‘라디오 데이’로 선언, 멤버 6명 전원이 하루 종일 MBC FM 라디오 일일 DJ로 나선 것이다. 이들의 모험은 MBC 라디오국의 분위기를 바꿔놨다.
아직 청취률이 정식으로 집계되지 않았으나,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게 MBC 라디오국의 중론이다. ‘무한도전’의 영향력은 체감으로 느껴지고 있다. 최근 “’무한도전’ 때문에 라디오의 매력을 알았다”는 청취자들의 사연이 늘고 있는 것.
MBC 김도인 라디오 국장에 따르면 11일 '라디오 스타' 특집이 진행된 당일, 인터넷과 모바일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MBC 미니’(이하 '미니') 접속자는 평소 보다 무려 12배가 늘었다고 한다. 멤버들이 진행하는 6개 라디오 프로그램 모두 접속자가 100만명에 달했다. 홈페이지 접속자 수도 전일과 비교해 대폭 늘었다. '선택 2014' 특집이 젊은이들에게 6.4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준 것 처럼, 이번 '라디오 스타' 특집 역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음은 MBC 김도인 라디오 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무한도전' 특집 후 청취율이 올랐나?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이 없기 때문에 청취율은 알 수 없으나, 크게 상승했을 것이라고 본다. 평소 라디오를 잘 듣지 않던 젊은층들이 많이 유입됐다. '미니' 접속자수는 12배 증가했고, 6개 라디오 프로그램의 접속자수가 100만명에 달했다. 현재는 당일 만큼은 아니지만, 평소 보다 증가한 추세다.
-11일 이후에도 접속자가 늘었는지?
그렇다. 당일인 11일 (미니) 접속자가 가장 많았고, 다음 날인 12일에도 평소 보다 접속자가 많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운로드 수치도 월등히 높아졌다. 12일 미니가 구글 앱스토에서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어제(18일)도 1위를 차지했고,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2위에 올랐다. 그 만큼 여파가 오래 간다는 뜻이다. 특히 스튜디오 안에서는 처음 사연을 보낸 청취자가 따로 구분이 되는데, 이런 청취자가 급속히 늘어났다. 그런 현상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젊은 층 유입이 많아진 것 같다.
가장 주목해야 할 성과다. 라디오는 진부하고 오래된 것이라는 편견을 깨줬다. ''무한도전' 때문에 듣게 됐는데 재밌네?"라는 반응이 상당히 많았다. 라디오 청취층이 고령화되고 있어 고민인데, 이 같은 현상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번 기획을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
무조건 잡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DJ들에게 양해를 구했는데 다행히 좋아해줬다. '무한도전'에서 희망한 날짜는 11일, 18일이었는데 무조건 빨리 하자고 했다. 김태호 PD가 워낙 바빠 많은 대화는 못 했는데 '좋은 기획을 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언젠가 꼭 밥 한 번 사야겠는데, 워낙 바쁜 사람이라.
-가장 인상깊게 들은 멤버는?
아무래도 정형돈이 아닐까. 유재석은 워낙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거기에 맞게 해줬다. 박명수, 노홍철, 하하는 DJ 경험이 있는 사람이고 정준하도 라디오 경험이 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형돈은 DJ는 커녕 라디오 게스트 출연도 거의 없었다고 하더라. 그런 조건에서 정말 잘해줬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음악캠프'를 열심히 들었다고 해서 더 남달랐다. 어린 시절 자신이 듣던 라디오 DJ석에 앉아 직접 진행을 했으니, 어떻게 보면 이번 기획과 가장 잘 맞아 떨어진 인물이 정형돈이 아닐까 생각한다.
-멤버들의 반응은?
TV방송에서 보여진 것 처럼 모두들 좋았고, 뜻 깊은 시간이라고 전했다.
-이 관심을 어떻게 이어 갈 생각인가?
상암 MBC가 건축되면서 골든 마우스홀이 생겼다. 청취자들이 직접 스튜디오를 볼 수 있는 구조인데 반응이 상당히 좋다. 오늘(19일)도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정준영의 심심타파'가 공개 생방송된다. 그 동안 여의도 스튜디오에서는 라이브를 들려 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상암시대가 열리면서 공개 방송홀이 생겼기 때문에, 라이브 방송이 좀 더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예전 정동 라디오 극장 시절처럼 좋은 대중음악을 먼저 들려주고 싶다. 그러면 젊은 청취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본다. 사실 당장의 청취율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젊은이들이 이번 '무한도전' 특집을 계기로 라디오에 대한 편견을 깨고,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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