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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로마 검투사, 고기 한 점 못 먹고 싸웠다

[기타] | 발행시간: 2014.10.23일 09:58

영화 ‘글래디에이터’나 ‘폼페이: 최후의 날’에 등장하는 로마시대 검투사들은 하나같이 우락부락하고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합니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처럼 팽팽한 힘겨루기 끝에 빛나는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을 보면 근지구력과 순발력이 탁월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그런 조건을 갖춘 검투사가 승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실제 로마 검투사들이 어떤 식생활을 했는지 적혀있는 기록을 보면 오늘날 우리의 상식과는 조금 다릅니다. 콩이나 보리, 마늘을 많이 먹었다는 자료는 있지만, 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검투사들은 당시 로마 사람들이 잘 먹지 않았던 보리를 먹는다고 해서 ‘보리 먹는 사람들’이란 뜻의 ‘호르데아리(Hordearii)’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풀떼기’만 먹고도 과연 그런 힘을 낼 수 있는지 궁금했던 과학자들이 지난 1993년 발굴된 한 검투사의 유골을 분석해 당시의 식생활을 들여다봤습니다.



오스트리아 메드유니 비엔나와 스위스 베른대 공동 연구팀은 현재 터키에 위치한 에페소스에서 기원전 2~3세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검투사의 유골을 분석했습니다. 지금은 유적만 남았지만, 당시의 에페소스는 넓은 거리와 원형 경기장, 도서관과 목욕탕 등을 갖춘 인구 20만의 대도시로 로마의 대 동방 거점이었습니다. 유골로 발견된 이 검투사도 한때는 결투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함성 속에서 칼을 들고 싸웠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분광학 기술을 이용해 뼈의 콜라겐 함량, 뼈 속에 축적된 스트론튬/칼슘 비율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과거 기록과 상당히 부합하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검투사들은 ‘거의 대부분’ 채식만 했던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검투사들은 당시 로마시대 일반인들이 먹던 식단과 사실상 별로 다르지 않은 음식을 먹었습니다. 음식은 거의 대부분 곡류였고, 고기는 없었습니다. 당시 가축 사료로 쓰이던 보리를 먹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보리 먹는 사람들’이란 이름은 검투사들을 낮춰보는 비칭(卑稱)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검투사들의 뼈 속에서는 일반인과 다른 물질이 한 가지 검출됐습니다. 뼈를 구성하는 미네랄 가운데 스트론튬(strontium)의 비율이 특이하게도 높았던 겁니다. 당시 기록을 보면 ‘검투사들은 식물을 태운 재를 물에 섞어서 마셨다’는 내용이 있는데, 연구자들은 그동안 반신반의 해왔던 이 기록이 사실로 입증된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검투사들은 오랫동안 내려온 경험에 의거해 칼슘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된 ‘잿물’을 마셔서 뼈를 튼튼하게 만들었는데, 여기에 스트론튬도 함께 다량으로 들어있었다는 분석입니다.



잘 알려져 있듯 칼슘은 우리 뼈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핵심 원소이고, 스트론튬은 칼슘과 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골다공증 치료제나 치아 시림을 막는 치약 성분으로 널리 사용됩니다. 현대의 운동선수들이 영양사의 조언에 따라 칼슘과 마그네슘 제제를 복용하는 것처럼, 당시 검투사들은 ‘잿물’을 마셔서 이들 원소를 섭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채식만으로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달걀이나 우유조차 먹지 않고도 건강에 별 이상 없이 살아가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퍼런 칼날이 번뜩이고, 때로는 맹수가 달려드는 결투장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죠. 당시의 하층민에 속했던 검투사들은 만성적 영양 결핍 상태에서 ‘말에게나 주는 사료’였던 보리를 죽으로 쑤어먹고, 쓰디쓴 잿물을 벌컥벌컥 들이켰을 겁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죠.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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