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김윤일 기자]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이 '별들의 향연'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리그 4위에 오르고도 다음 시즌 '챔스 티켓'을 잡지 못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는 맨체스터의 두 집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가 선두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연승가도를 달리는 아스날(승점58)이 3위 자리를 굳히는 모양새다.
◇ UEFA 챔피언스리그 규정 2조 3항에 의하면,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은 해당 협회 진출 자격을 얻지 못하더라도 다음 시즌 그룹 스테이지(32강 조별리그)의 한 자리를 보장받게 된다"고 명시돼 있다. ⓒ UEFA
4위 토트넘(승점55)은 아스날과 승점 3점 차로 벌어져 있지만 5위 첼시(승점 50)를 여유 있게 앞서 시즌 막판 연패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그대로 4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첼시는 토트넘 추격보다 승점 동률이 된 6위 뉴캐슬을 따돌리는 것이 급선무다.
따라서 토트넘이 4위 자리를 확보한다면 지난 시즌에 이어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내게 된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의미는 곧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거머쥐는 것과 같다.
일단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면 이름값 있는 선수들 영입이 수월하다. 챔피언스리그는 전 세계 축구선수들이 밟아 보고픈 꿈의 무대이기 때문에 출전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다. 실제로 토트넘은 2010년 챔스 진출권을 따내자 모처럼 큰돈을 풀어 이적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나선 바 있다.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진출팀에는 720만 유로(약 109억원)의 출전 상금이 배당된다. 조별리그 6경기를 치르며 승리팀에게는 80만 유로(약 12억원), 비긴 팀에게는 40만 유로(약 6억원)가 각각 주어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별 리그를 통과해 16강 토너먼트에 오를 경우 300만 유로를 받고, 8강에서는 330만 유로, 4강 진출팀은 420만 유로를 추가적으로 받는다. 마지막으로 준우승팀은 560만 유로를 받고 우승팀은 무려 900만 유로(136억원)를 거머쥐게 된다. 여기에 TV 중계권료 및 마케팅 이익금까지 따로 받게 돼 출전 자체만으로도 돈방석에 앉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FC 바르셀로나는 우승 상금 900만 유로를 비롯해 경기 수당 2170만 유로, 마케팅 이익금 2032만 5000유로 등 5102만 5000유로(약 772억원)를 챙겼다.
현재 UEFA는 리그별 순위에 따라 1위 잉글랜드에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 4장을 부여했다. 이에 잉글랜드 FA는 전 시즌 리그 1~3위팀에 32강 조별리그 직행 권한을, 4위팀은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배정했다. 따라서 토트넘이 4위를 차지한다면, 시즌 개막 전에 펼쳐질 플레이오프(홈 & 어웨이)에 참가하게 된다.
하지만 변수는 현재 8강 토너먼트에 살아남아 있는 첼시다. 첼시가 만약 이번 시즌 토너먼트의 최후 승자가 된다면, 토트넘으로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
UEFA 챔피언스리그 규정 2조 3항에 의하면,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은 해당 협회 진출 자격을 얻지 못하더라도 다음 시즌 그룹 스테이지(32강 조별리그)의 한 자리를 보장받게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우승팀 자격이 안 될 경우, 해당 리그서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확보한 팀 중 가장 낮은 순위의 팀과 대체되며 이 팀은 유로파리그에 출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한 협회당 4개 팀 이상 출전할 수 없기 때문에 4위팀은 유로파리그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 같은 규정은 지난 2005-06시즌 리버풀로 인해 확실히 정립됐다. 당시 리버풀은 전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정작 리그에서는 5위에 그쳐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UEFA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은 당연히 리그에서도 출전 티켓을 확보할 전력으로 판단, 이전까지는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놓지 않고 있었다.
당시 영국 축구협회는 4위 에버튼에 진출권을 줄 방침이었지만, '전 대회 우승팀은 타이틀을 방어해야할 의무가 있다'라는 여론에 부딪혔고, 결국 UEFA는 리버풀에 1차 예선부터 참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리버풀은 1차 예선부터 뚫고 올라와 32강 조별리그에 안착한 최초의 팀으로 또 다른 역사를 남겼다.
물론 첼시가 리그 대신 챔스에 주력해 우승을 따낸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 첼시는 벤피카와의 8강 원정 1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둬 안방에서 최소 비기기만 해도 4강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4강서 만날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FC 바르셀로나 또는 챔피언스리그 전통의 강호 AC 밀란의 승자다.
바르셀로나는 설명이 필요 없는 지구 최강의 팀.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점유율 축구로 지난해 우승에 이어 올 시즌도 챔피언스리그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다. 홈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와 0-0으로 비긴 밀란도 만만치 않다. 밀란은 올 시즌 세리에A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레알 마드리드(9회 우승)에 이어 통산 7회 우승은 무관의 첼시가 넘볼 수 없는 관록이기도 하다.
첼시가 최근 안드레 보아스-비야스 감독 경질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력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은 과거 첼시의 강력함이 묻어나던 4-4-2 다이아몬드 또는 4-2-3-1의 공격적 포메이션으로 회귀했지만 맨체스터 시티와 토트넘과의 리그에서는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여기에 페르난도 토레스도 최근 살아난 모습이긴 하지만 여전히 기복 심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으며, 주전 선수들의 노쇠화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8강에 오르기까지 레버쿠젠-발렌시아-겡크(조별리그), 나폴리(16강), 벤피카(8강) 등 수월한 상대들만 만났다는 대진운도 따랐다.
따라서 올 시즌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토트넘이 첼시에 리그 4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보다 낮다. 그러나 공은 둥글다. 감독 경질 이후 분위기가 달라진 첼시가 '빅이어'를 들어 올리는 기적을 일으킬지 주목할 만하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