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집 끌고가 화장실에서… 5L 중국 독주 4분의 1 비어, 화장실 핏자국 이미 다 지워

범인은 사이코패스… 토막살해 후 새벽 5시쯤 가게 가 "검은 비닐봉지 달라"

처음엔 경찰 5~6명만 도착, 한참 지나서야 35명 투입해 본격적인 탐문 나서

본지는 '수원 20대 여성 토막살인'의 범인 오원춘(42)이 살던 동네를 탐문하고, 범행 현장인 오씨의 집에 직접 들어가 '살인마' 오원춘의 흔적을 확인했다.

조선족인 오씨는 2007년 한국에 왔으며, 중국에 아내와 자식이 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기자가 그의 집에서 발견한 여권 사본엔 출생지역이 중국의 '네이멍구(內蒙古)'로 돼 있었고, 그는 19.8㎡(6평)짜리 단칸방에 보증금 100만원, 월세 15만원에 살고 있었다. 오씨의 이웃 주민들은 "늘 혼자 와서 술을 먹어도 절대 취할 만큼은 마시지 않는 사람"(인근 중국집 주인)으로 기억했지만, 기자는 그의 방안에서 도수 38도짜리 중국술(白酒)과 여성 누드사진으로 된 카드, 여성 생리대 등을 발견했다. 기자가 동네를 탐문했더니, 사건 당일 밤 10시 30분쯤 A씨가 오씨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목격한 한 주민이 있었다.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목격자는 지인들에게 "A씨가 (이렇게)부르짖는데, 오씨는 그냥 끌고 갔다"면서 "흔한 부부 싸움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A씨는 10시 50분쯤 112에 신고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3층 다세대 주택에서 오씨는 1층에 살고 있었다. 회색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냉장고와 싱크대가 눈에 들어왔고, 오른쪽에 화장실 문이 보였다. 이 화장실에서 참혹한 토막살인이 이뤄졌다. 화장실 바닥은 이미 깨끗하게 씻겨 핏자국은 없었다. 선반에는 여자 생리대 4개도 보였다. 안방으로 들어가니, 짐가방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벌어진 가방 사이로 옷과 속옷들이 삐져나와 방바닥을 나뒹굴었다. 바로 이 방에서 오씨는 A씨를 스패너로 두 차례 때린 뒤 목 졸라 숨지게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는 "새벽 늦은 시간에 (A씨를) 죽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으나, 경찰은 정확한 살해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위장에 남은 음식물 등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그는 이어 화장실로 가 칼로 토막을 냈다고 했다.

‘수원 20대 여성 토막살인’범행현장인 오원춘(42)씨의 집 안. 방안에 여행용 가방과 옷가지들이 뒹굴고 있다.(왼쪽) 오씨의 컴퓨터 책상 위에 놓여진 중국술.(오른쪽 위) 오씨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폭 1.5m의 화장실.(오른쪽 아래)

오씨는 평소 컴퓨터 책상 앞에서 지냈던 것으로 보였다. 출장 성매매를 암시하는 명함 크기의 광고들, 여성 누드사진으로 만들어진 카드, 담배 한 보루, 그리고 옌볜(延邊) 주류공장에서 생산한 5L짜리 라오차오양(老朝陽) 중국술(白酒)이 있었다, 술은 이미 4분의 1쯤 비어 있어 사건 당일 술에 취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도수가 38도에 달하는 이 술은 일반인이 소주잔으로 3잔 이상만 마셔도 금세 취한다. 오씨는 경찰에서 "난 술을 즐기고, 이 날도 술 마시고 바람 쐬러 나왔다가 A씨와 어깨가 부딪혀 시비를 걸었다"고 진술했다. 또 "난 한 달에 한 번은 사창가에 갔다"고도 진술했다.

살인마 오원춘의 얼굴

오씨는 경기 일대에서 막노동을 해서 한 달에 150만~200만원 정도를 벌었고, 통장엔 잔액 700만원 정도가 남아 있었다. 오씨는 A씨를 살해하고 토막낸 뒤 새벽 5시쯤 시신을 버릴 봉지를 구하러 동네를 다닌 흔적도 확인됐다. 오씨의 집 인근 가게 주인은 "오씨가 새벽 5시쯤 가게 문을 열자마자 찾아와 '큰 검은 봉지가 없냐'고 물었고, '검은 봉지는 큰 게 없고 파란 봉지는 큰 게 있다'고 하자 '파란 봉지는 안 된다'고 하면서 가게를 나섰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그는 또 "(오씨는) 아주 태연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씨의 행태를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증세라고 지적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사람을 죽이고 비닐봉지를 사러 돌아다녔는데 이는 아주 위험한 범죄자"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A씨의 신고를 받고도 엉성하고 부실한 대응으로 A씨를 구하지 못했음이 확인됐다. 우선 살려 달라는 A씨에게 다섯 차례나 "어디냐"고 묻는 등 112신고 접수부터 부실함이 드러났다. 또 처음 출동은 경찰 5∼6명과 순찰차 2대뿐이었고 약 4시간 후에야 순찰차 4대와 경찰 35명을 투입해 탐문을 한 사실도 현장에서 확인됐다. 또 동네주민들은 "경찰이 사건 당일 밤에는 거의 탐문수사를 하지 않았고, 아침이 돼서야 탐문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