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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이야기15] 인생을 기타와 함께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5.07.07일 12:54
—기타강사 박형림씨의 인생이야기 1, 2, 3



박형림씨

장춘 공농대로 신위악기가게(新威琴行) 2층에 가면 기타를 가르치는 한 사나이를 볼수 있다. 자그마한 키, 거무스름한 얼굴에 코수염을 약간 기른 중년남성, 그가 바로 조선족 박형림(54세)이다.

며칠전, 기자가 다락방으로 찾아갔을 때 박형림은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윽고 강의가 시작되였다.

박형림씨는 기타를 연주하는 학생들의 자세를 바로잡아주기도 하고 지법을 수정해주기도 했다. 때로는 악보를 가리키며 리론을 풀기도 했다. 또한 가끔씩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단식투쟁》으로 기타를 사다

기자가 기타와의 인연에 대해 묻자 박형림씨는 픽- 웃으면서 옛이야기를 꺼냈다.

박형림이 열다섯살 나던 해인 1976년, 그때 연변은 기타의 세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라지오에서는 매일이다싶이 가수 라성도가 부르는 노래 《나는 기타를 타네》가 연변 각지에 울려퍼졌고 밤이면 밤마다 거리와 골목에서는 기타를 타는 총각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쉽게 찾아볼수 있었다. 길가던 길손들도 걸음을 멈추고 흥겨운 기타소리에 도취되여 덩실덩실 어깨춤까지 추군했다. 그야말로 그때의 기타수들은 뭇사람들의 흠모대상으로 되였다. 바로 이때 박형림도 그만 기타에 반하고말았다. 게다가 이웃집 《형님》이 타는 아름다운 기타선률에 흥분을 이기지 못해 그는 아예 기타를 자기의 미래꿈으로 삼기로 했다.

《나도 저런 기타가 있었으면…》 마치 기타에 미치기라도 한듯 박형림은 다짜고짜 기타를 당장 사내라고 부모에게 졸랐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다른 악기는 다 될수 있지만 악기중 제일 전도가 없는 기타만은 안된다고 한마디로 거절해버렸다.

아무리 졸라대도 소용이 없었다. 하는수없이 박형림씨는 하루동안 《단식투쟁》을 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집안에 앉아 입을 꾹 다물고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저녁끼니마저 에울 잡도리를 하는 아들이 쓰러질가봐 부모들은 아들에게 그만 손을 들고말았다.

박형림은 그 이튿날로 부모가 준 돈 22원으로 기타를 샀다.

이렇게 인생의 첫 기타를 손에 쥔 박형림씨는 거의 날마다 기타를 안고 살다싶이 했다. 하루에 8시간씩, 지어 때로는 10시간씩 기타를 다루었다.



동북사범대학 예술학원 학생들과 함께

성가무극원에 기타수로 공개초빙되다

실지 박형림씨는 예술학원을 다녀본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자습으로 기타초보관을 넘었고 연길시조선족예술단의 최송죽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3, 4년간 열심히 기예를 닦았다.

고중을 졸업한후 팔가자림업국문공단에서 근무하다가 1984년에 친구를 통해 길림성가무극원에서 기타수를 초빙한다는 소식을 듣고 장춘행을 선택하였다. 행운스럽게도 박형림은 70, 80여명에 달하는 경쟁자들을 다 물리치고 유일한 기타수로 뽑혔다. 그후 자동차공장문공단에 전근했다가 2004년에 문공단이 해체되자 자체로 기타강의를 시작한것이다.

박형림씨는 또한 현재 동북사범대학 예술학원 류행음악학부에서 겸직으로 기타를 가르치고있다.

《저는 그애들의 부모보다도 나이가 많은데… 내 자식과도 같지요.》 박형림씨는 대학생제자들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말한다. 자식같고, 친구같고, 지인과도 같은 학생들을 만나 함께 잡담도 나누고 우스운 이야기도 주고받을 때면 자신도 한결 젊어지는듯한 느낌이 든다고 박형림씨는 말한다.

딸에게 하루 세끼 밥 해주는 아버지

자신이 음악을 사랑하는만큼 딸(고중 2학년 학생)도 음악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딸은 전혀 이에 흥취가 없는 모양이였다. 그냥 애호로만으로 한가지 악기라도 다룰걸 바랐건만 악기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런 딸에게 박형림씨는 너무도 자상했다. 회계사업에 종사하는 안해가 바삐 보내다보니 딸을 돌보는 일은 항상 박형림씨의 몫이였다. 특히 하루 세끼 모두 박형림씨가 음식솜씨를 자랑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온집식구의 아침밥상을 차리고 딸의 점심 도시락도 준비해야 했다. 처음에는 도시락을 준비하는 일이 큰 고민거리였다. 어려서부터 한족학교에 다녀서인지 딸의 음식습관은 조선족과는 완전히 달랐기때문이였다. 박형림씨는 딸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가지각색의 반찬거리를 연구하는 한편 영양가치도 고려해 끼니마다 고기, 물고기, 남새를 골고루 챙겨주었다. 딸이 오후에 하학하여 집에 돌아오자마자 박형림씨는 인차 저녁밥을 차려주었고 친구와 회식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먼저 집에 가서 딸의 저녁밥을 해놓은후 회식에 참가하군했다.

친구들이 힘들지 않는가고 물을 때면 박형림씨는 《임무라고 생각하면 많이 힘들겠지만 흥취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유쾌한지 모르겠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늦게 결혼하여 늦둥이를 얻다보니 딸이 이쁠수밖에 없지요.》 이렇게 말하며 미소짓는 박형림씨의 얼굴에는 딸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 흘러넘쳤다.



동북사범대학 예술학원 학생들과 함께 기타를 연주하는 박형림씨

《만족하면서 사는것이 행복하죠》

기자가 살다가 힘들 때가 있었는가고 물었더니 박형림씨는 이렇게 말한다. 《젊었을 때부터 저는 아무리 힘들고 고달퍼도 절망에 빠지거나 화를 낸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발생해도 언제나 평온한 마음가짐으로 대했습니다. 돈문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많을 때는 많이 쓰고 적을 때는 적게 쓰면 되지요. 돈이 모자라면 된장국 한그릇에 배추김치 한점이면 대만족입니다.》

바로 이러한 박형림이였기에 기타에 대한 애착심 역시 추호의 동요도 없었을것이다. 그는 늘 현재에 만족하고 자신에 만족하고 가족에 만족하면서 자기 인생은 어디까지나 자기절로 사는것이라고 말한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아주 단순합니다. 그저 자기가 맡은 일만 잘 마무리하면 되니깐요. 여유시간도 많구요. 아무런 구속을 받지 않고 자유로와 좋아요. 만족하면서 사는것이 행복하죠. 그래서 마음이 늘 편안하지요.》

음악을 사랑하고 기타와 인생을 함께 하는 박형림씨,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평온하고 락관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는 그는 오늘도 기타의 아름다운 선률로 인생의 새로운 악보를 그려나가고있다.



신위악기가게 2층에서 기타를 가르치는 박형림씨


사진 김령기자 찍음

편집/기자: [ 리미연 김령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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