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커얼그룹의 면 공장.
자국의 급등하는 임금, 물류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중국 기업들이 비용이 저렴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적지 않은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근년 들어 치솟는 생산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등 자국보다 비용이 덜 드는 나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컨설팅업체 로디엄그룹(Rhodium Group)의 지난 5월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 기업이 미국에 프로젝트 투자, 합병 등을 이유로 투자한 규모가 460억달러(53조8천384악원)였는데, 이같은 투자는 최근 5년간 가장 집중됐다.
미국으로 진출하는 기업 중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한때 중국에서 저임금, 대규모 생산으로 대표됐던 섬유기업이다. 실례로 커얼(科尔)그룹은 지난 4월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에 2억1천8백만달러(2천551억원)를 투자해 면 가공공장을 세우고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해 아시아 각지로 수출하고 있다.
NYT는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늘어난 원인에 대해 "중국과 달리 미국은 광대한 토지와 풍부한 에너지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고 주(州) 정부의 막대한 지원 등 덕분에 기업 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명 컨설팅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서 생산성과 물가를 감안한 노동자 임금은 최근 10년새 3배나 올랐다. 2004년에는 시간당 임금은 4.35달러(5천원)였는데 2014년에는 12.47달러(1만4천5백원)로 3배 가까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에 미국의 경우 2014년 시간당 임금은 22.32달러(2만6천원)로, 10년 전보다 30% 가량 늘어나는데 그쳤다. NYT는 "임금은 여전히 중국보다 비싸지만 현지에서 원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데다가 천연가스 등 에너지도 주정부의 혜택으로 중국보다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오히려 중국보다 이득"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1달러(1천170원)를 들여 생산할 수 있는 것을 이제는 중국에서 만들어내려면 96센트(1천120원)가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의 생산성과 제조원가 등이 거의 비슷해졌다. 방직산업의 경우에는 단위당 생산비용이 미국보다 중국이 30%가량 더 많이 들어간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중국 기업들의 미국행을 결심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TPP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 미국, 일본을 비롯해 12개국이 속해 있고 향후 협정이 타결되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해외 기업은 중국 뿐만이 아니다. 인도 최대의 섬유기업인 시리발라흐 피티 그룹은 지난해 조지아 주 실베이니어에 7천만 달러(816억원)를 들여 공장을 세웠다. 이는 최근 40년새 실베이니어 지역에 들어선 최초·최대의 제조업 공장이다.
시리발라흐 피티 그룹과 더불어 브라질의 산타나 섬유도 텍사스 주 에딘버그에 염색·직물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