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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고리고름과 김정희 그리고 최월옥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5.11.08일 21:44

김정희할머니가 딸 최월옥에게 한복을 반듯하게 짓는 요령을 가르치고있다.

《9.18》사변이 터진 그해 세모, 륙도하북안 신화촌(룡정시 지신진) 금산이네 집안에는 어쩌다 고등어 굽는 냄새가 진동하였다. 아홉살나는 금산이는 화로변에 쪼크리고 앉아 군침을 꼴깍골깍 삼키면서 재글재글 익어가는 고기를 숟가락으로 꼭꼭 눌러보았다. 계모의 커다란 손이 어느새 감때사납게 금산이의 손등을 후려치는바람에 아이까지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이년아, 다 익은 고기를 그렇게 다치면 부스러지지 않냐?!》계모의 고함소리를 등뒤에 남겨놓고 앞마당에 나선 금산이는 설음이 북받쳐 엉엉 흐느껴 울었다.

앞집 아줌마의 따뜻한 손길

앞집 마루에 걸터앉아 눈물이 글썽한채 하늘을 쳐다보니 초생달이 이지러지고있었다. 두어깨사이에 머리를 묻고 앉은 금산이의 두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세상 뜬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엄마는 이맘때면 베틀에 올라앉아 《짱-짱》 가락맞는 소리를 내며 베를 짜서는 산열매물을 곱게 올린 치마저고리를 만들어 딸에게 입히군했다.

《우리 금산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구나!》하며 한품에 꼬옥 안아주시던 엄마…

금산이는 한기속에 오돌오돌 떨며 엄마꿈을 꾸는데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 《엄마!》 하고 눈을 뜨니 앞집 정희아줌마였다. 정희아줌마는 금산이의 두어깨를 쓸어 안아주며 빨리 집안으로 들어가자고 졸랐다. 《왜 우느냐. 엄마한테 쫓겨난거니?》 아무리 구슬려도 금산이는 두눈을 내리깐채 종내 입도 열지 않았다. 금산이가 좀처럼 자리를 뜨려 하지 않자 정희아줌마는 따뜻한 누룽지를 손에다 쥐여주고 솜옷을 걸쳐주면서 장밤 등불도 끄지 못한채 금산이를 지키며 세모의 그 밤을 하얗게 지샜다.



《9.18사변》 당시 할아버지네 6형제 모두가 일제에 피살되였고

마을엔 애들과 부녀들만 몇명씩 살아남았다고 증언하는 김정희할머니.

얼마후 마을에는 일본토벌대가 들이닥쳐 집집마다 불을 지르고 장총으로 사람을 찌르고 총격을 가하면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할아버지네 6형제도 모두 어디론가 잡혀갔고 맨 나중에 할아버지도 포승줄에 묶이워 끌려가고있었다. 금산이는 할아버지 옷자락을 부여잡고 울며불며 놓치를 않았다. 그러자 일본놈들은 군화발로 금산이의 앞가슴을 걷어차 땅바닥에 쓰러넘어뜨렸다.

그뒤 하루는 정희아줌마가 황급히 금산이를 자기 집으로 불러들였다. 《금산아, 너 이 쪽지를 빨리 길건너 목수집 창고에 가져가거라. 누구한테도 말하면 절대 안된다. 남들이 아는 날에는 너도 죽고 나도 죽고 우리 마을 사람들 모두가 죽게 된다. 그러니 꼭 비밀을 지켜야 한다. 알겠니?! 》

정희아줌마는 금산이를 가까이 끄당겨 저고리고름 밑부분을 따고 거기에 쪽지를 넣고는 실로 감쳐주었다. 정희아줌마의 분부대로 목수집 창고로 향하는 금산이는 치마자락에 물함박깨지개랑 주어담아가지고 벼짚더미를 에돌아 몰래 목수집 창고안에 들어섰다. 어두컴컴한 창고안에서 웬 아저씨가 금산이의 저고리고름속에 들어있는 쪽지를 꺼내고는 아이의 머리를 쓰담듬어주면서 조심해 나가라고 분부하였다. 금산이는 그 사람의 얼굴도 똑똑히 보지 못한채 창고문을 열고나와 다시 사금파리들을 앞치마에 주어담아가지고 스스럼없이 집으로 향하였다.

이렇게 3년세월이 흐르는동안 정희아줌마는 늘 집마루에 올라서서 일손을 놀리며 초조하게 금산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멀리서 금산이가 눈에 띄이면 안도의 숨을 쉬며 집안으로 들어가군 하였다.

《김정희》에로의 변신

아무도 몰래 저고리고름에 비밀쪽지를 감추고 나르던 하루, 금산이는 또래들과 함께 집에서 정희아줌마한테서 배운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하나이라면 한나라 공산주의선봉국가는 선봉국가는…》 이때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렸다. 그바람에 문뒤에 앉았던 금산이가 뒤골을 크게 맞고 《와-》 하고 울음보를 터뜨렸다.



어머니한테서 민족전통복장기술을 전수받고있는 최월옥(왼쪽)과 며느리 그리고 손녀.

가끔 뿌연 회색겨울솜옷을 발등까지 드리워입고 쥐도 새도 모르게 마을의 긴 토담안으로 들어와서는 마을동정을 살피군 하는 정체 모를 《뿌연둥이》그놈이였다. 《너희들 이 노래를 어디서 배웠냐?!》 그놈은 도끼눈을 희번뜩거리며 아이들을 노려보았다. 금산이는 더욱 기를 쓰고 울어번저졌다. 다른 아이들도 겁을 집어먹고 함께 울어대자 그놈은 문을 《쾅!》 걷어닫고 사라져갔다.

금산이가 열두살을 잡던 해, 집에서는 갑자기 밤도와 이사짐을 꾸리고 동불사로 이사를 나갔다. 그바람에 정희아줌마와의 련락이 끊어지고 말았다. 열일곱살 잡는해 금산이는 5형제가 줄줄이 있는 한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였다. 성격은 거칠어도 일손이 잰 계모와 함께 혼수감을 마련해갔고 시집이라고 가보니 5형제 어느 누구도 팬티 하나 입고사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살림이였다.

금산이는 혼수천에서 속고지를 뜯어 형제들에게 팬티부터 해입히면서 1년 4계절 손에서 바느질을 놓치 못하였다. 《가난은 왜 이다지도 뿌리가 깊은것일가? 이 세상엔 왜 잘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이 생기며 사람마다 평등하게 잘 먹고 잘사는 공산주의사회는 정말 오는걸가?》

금산이는 가끔씩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어린시절 정희아줌마가 들려주던 혁명이야기와 《십진가》와 같은 노래말들을 떠올렸다. 《일제놈들은 조선을 삼키고 또 여기까지 쫓아와 우리들을 괴롭히고있습니다. 우리는 자기 두손으로 이곳에 논을 풀었고 우리 마을은 또 전 동북에서도 처음 수로를 빼며 논농사를 시작한 곳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1년이 다가도록 이밥 한때 배불리 먹지 못하고 고기 한점 입에 넣지 못하면서 가난하게 살고있습니다.이건 누구탓이겠습니까? 그러니 우리는 어른 아이 할것없이 힘을 합쳐 이 땅에서 일제놈들을 쫓아내야 합니다.》깊은 밤 야학 등잔불밑에서 사람들에게 연설하던 김정희아줌마가 눈앞에 선히 떠오르군 하였다.

해방을 맞으며 호구를 올리는 일이 있게 되자 금산이는 단연 자기 성씨에 《정희》라는 이름자를 붙여 《김정희》로 이름을 고쳤다.그때까지도 금산이는 왜 《정희》라고 자기 이름자를 고쳤는지. 정희라는 아줌마와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에 대해 일언반구도 남들에게 내비친적이 없었다. 금산이는 가난한 로고대중들의 해방을 위해 지하투쟁을 벌리던 정희아줌마가 그토록 존경스럽고 내내 그립기만 했던것이다.

딸 최월옥 국가급 조선족전통복식 전승인으로

《김정희》라는 이름으로 쭉 살아오는 동안 할머니는 10명도 더 되는 식솔들을 거느리면서 한손으로 식구들의 옷가지를 만들어냈을 뿐더러 마을의 혼수감 바느질도 맡아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갔다. 화로불에 인두를 꽂아놓고 첫날색시 저고리고름을 반듯하게 다리면서 김정희할머니는 늘 저고리고름에 깃든 항일이야기를 지식들에게 들려주군 하였다.



최월옥공장장(왼쪽)은 직접 그림도안을 그리며 공연작품의 내용과 형식에 맞춰 예술복장을 설계하고있다.

동불사마을에서 부녀대장으로, 부녀주임으로 사업하던 딸 최월옥은 개혁개방을 맞으면서 연길시서시장에 복장매장을 차렸다. 엄마의 가르침으로 민족복장을 직접 설계하고 만들줄 알게 된 최월옥은 어느 하루 서시장당지부회의가 있어 손수 만든 노랑저고리 빨간치마를 받쳐입고 거리를 걷고있었다.

길가던 모든 사람들이 다시 머리를 돌려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것이였다. 이튿날도 역시 그 차림으로 매장에 나서니 매장앞을 지나는 사람들마다 이쁘다고 치하를 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최월옥은 어느덧 《노랑애》란 별명을 갖게 되였고 장사품목은 조선족전통혼수품으로 바뀌였으며 나중에는 연변성월민족복장공장까지 차리고 혼수품전문경영을 하였다.

최월옥공장장은 조선족전통복장이며 무대복, 여러 민족 예술복장과 각종 무대도구를 전문적으로 설계하고 제작하면서 연변주로부터 국가급에 이르는 각종 복장설계상을 받아안게 되였다.연변성월복장공장은 중국북방관광교역회 지정제품생산단위로 선정되였고 중앙텔레비죤방송국 26집 드라마 《풍설속의 진달래》생활복장이며 공연복장을 전담하면서 조선족전통복식의 이미지를 격조높이 살렸다.

2008년경 최월옥은 북경올림픽개막식 《연변의 봄》공연복장과 도구를 전문적으로 설계제작해내였으며 또한 중국조선족전통복식 국가급무형문화유산 전승인으로 발탁되였다. 평소 엄마로부터 《저고리고름에 깃든 항일이야기》를 자주 들어온 그는 《중국조선족저고리고름은 혁명의 고름》이라는 문구를 등록서류에 직접 기입해넣으면서 조선족전통복식문화를 계승, 발전시킬 의지를 밝혀썼다.

그는 조선족전통복식에 대한 자신의 신조를 다음과 같이 들려주고있다. 《조선민족전통복장은 그 아름다움으로 하여 세인들이 선호하고있습니다. 전체적인 아름다움속에서도 하얀 동정과 고름매무시에 그 핵심이 있다고 저는 믿고싶습니다.전세계적으로 고름이 있는 옷은 우리 민족 복장뿐입니다. 이 특색을 살리고 또한 조선족전통복장에 깃든 혁명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저는 극력 고름에 포인트를 두고있습니다. 물론 시대의 변화와 함께 편리성에서 기인되는 각종 류형의 개량복이 나오고있지만 조선족전통복식의 고름에 깃든 자유와 평등, 평화와 행복을 쟁취하기 위한 우리 선조들의 혁명지조만은 절대 잊을수도 없거니와 또 잊어서도 안된다고 저는 주장하고있습니다.》

편집/기자: [ 김청수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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