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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으로 찾아온 미니콘서트 / 박영일

[모이자] | 발행시간: 2015.12.20일 22:15
며칠전 연변 TV 의 프로듀서와 음악 감독으로부터 식사초대를 받았다. 우연한 식사초대는 아니고 저녁식사 후 공연관람에 동석하자는 요청이었다. 그 동안 요즘의 연변 공연에 대해서 많이 궁금하던 차 매우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흔쾌히 따라나섰다. 그런데 예상했던 무대장소와는 달리 공연장이 아닌 연변대학 근처 이스터라는 영화관이었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요즘 젊은 세대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8090미니콘서트’라는 공연을 연변 TV에서도 특집으로 다루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대답에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일단 우리는 공연장으로 들어가 지정석에 앉았다. 말이 공연장이지 영화관의 한개관을 대여하여 세팅하여 만든 무대였고, 관객은 100명이 좀 넘을듯한 소극장 형태였다.

분명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도 관객들이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부분 청춘남녀들이었고, 간간이 들리는 젊은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이곳의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듯 하였다. 내가 여지껏 연변에서 못 보던 공연일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런데 진행상 먼가 좀 지연되는가 싶었다. 스태프들이 열심히 무대위와 아래를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주최측 또한 전문적인 공연팀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아마추어적인 냄새가 짙게 배어나옴에도 불구하고 먼가 솟구치는 기대감이 점점 고조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 한국 케이팝(K-POP) 댄스를 모방한 듯한 연변식 걸그룹 두 팀이 공연을 시작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역시 지금껏 연변에서 봤던 음악 위주의 공연이 아니었으며, 댄스로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관객의 관심을 무대중심으로 흡입하는 작은 무대 형식을 추구하는 새로운 장르의 콘서트라고 여겨졌다. 남자 진행자(MC) 또한 분명 한국식 발음의 진행과 한국식 진행방식을 활용하였다. 이 공연에서 보다 눈에 띄는 점은 프로그램 전체 진행을 보여주기식의 공연에 할애하기보다 진행자가 출연자들과의 대화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전체프로그램을 끌고가는 토크쇼(Talk Show) 형식을 취하였다는데 있다. 이를 통해 관중과의 소통을 최대한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기획부터 이런 컨셉(Concept)을 잡았다고 보여진다. 일면 한국식 진행방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모방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공연을 본 관객들은 이러한 느낌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보다 참신함을 느꼈을 것이다.

후반부에 자작곡 프로그램도 인상적이었다. 두명의 참신한 신인가수들이 단지 음악이 좋아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직접 곡을 쓰고 노래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고 관객들에게 설명하면서, 자신들의 포부와 음악세계에 이해를 구하는 모습들이 한때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또한 생존을 위해서 자기만의 예술을 위하여 저녁에는 클럽에 나가서 열심히 일을 병행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하였다. 서로 나이차가 얼마 안돼 보였지만 선후배로서의 끈끈한 정이 넘치는 팀워크를 펼쳐보였다. 또한 예술에 종사하는 선배로서 이들이 우리 예술의 정체성을 얘기할 때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선배 예술인들이 각자 분야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젊은 친구들에겐 직접 현장에서 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자신들의 생각을 과감없이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었다.

공연은 한시간 반 좀 넘어서 끝났다. 이 공연을 비평가의 눈으로 보면 약간 부족하고 짜임새와 진행이 깔끔하지 못한 공연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공연을 보면서 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젊은 세대들이 기성인들과는 달리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도전을 통해 보다 새롭고 성숙한 공연문화를 창출할 때가 왔음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필자는 한국 유학생활 중 이러한 젊음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들이 종종 있었다. 그 중 청춘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대학로라는 소극장이 몰려있는 지역을 종종 방문할 때였다. 대학로 공연문화는 한마디로 축제의 공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마로니에 공원을 중심으로 한 소극장 거리가 거미줄처럼 나열되어 있다. 10년 전만 해도 이러한 소극장들은 하나같이 말 그대로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공연티켓을 돈주고 사려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었다. 지인들을 통해 초대권을 얻어서 관람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감동적이고 관객과 호흡하는 공연들이 늘어나면서 자기돈을 들여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즉 돈을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은 공연문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크게 변모할 수 있었을까? 나는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곰곰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껏 고민해서 얻은 답은 그곳에 열정과 다양성, 그리고 소통이 있었다는 것이다. 각각의 소극장들이 대학로라는 한 지역에 뭉쳐서 서로 경쟁을 하고 각각 관객을 끌기 위해 다채로운 공연시도들에 예술가들의 열정을 쏟아넣었다. 공연의 다양한 시도는 단순히 연출가에 의해 이루어질 수는 없었다. 자본가들이 예술가들의 다양한 시도들을 이해해주었다. 그리고 예술가들은 투잡(two job)을 뛰어가며 자신들의 열정을 받치면서 한국 공연계를 이끌어왔다. 이를 통해서 관객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피드백을 얻은 것이다. 알다시피 한국티비에서 나오는 개그콘서트도 이곳에서 공연되고 있다. 공연장을 그대로 티비로 옮겨놓는 듯한 기법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기법은 한국에서 전에 없었던 시도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일방적인 웃음코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양방향적인 소통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다양한 공연기법의 시도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구조,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열정은 예술가에게 도전을 이끌어내고, 다양성은 관객들에게 1:1로 소통하듯이 호응을 이끌어내는 비법인 것이다.

근래의 연변의 공연문화는 획일적인 기획하에 관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소통이 단절된 공연들이 많았다. 그러나 연변의 공연문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소형악극단들이 직접 관중들을 찾아다니며 소통했던 예술행사들도 많았다. 우리의 특이한 이주역사와 함께 20세기 초부터 많은 악극단들이 같이 동행하며 연변지역 순회공연을 통해 열열한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대표적으로는 1936년 경성OK레코드회사 전속가수단 중 지방순회단이 당시 룡정 성세극장 무대에서 공연으로 한 것으부터 해방이후 우리의 문예단체의 하향공연 등은 많은 지역민들의 인기를 받았다. 당시의 인기는 악극단 및 해방 이후의 문예단체의 공연들이 단순한 볼거리 정도가 아니라 지역민들의 삶의 한 부분이었음을 상기해 본다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반면에 요즘도 지역 하향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지만 관중은 별로 없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에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필자가 언급하고자 하는 새로운 공연문화는 현재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에 대해 진단해보고자 한다. 특히 연변지역은 도시화 현상과 한중수교로 인한 농촌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서로 맞물려 있어서 다각적이고 전문적인 측면을 다루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글에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연변 공연문화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열정, 다양성, 그리고 소통의 키워드로 언급하고자 하였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서 연변예술계의 활력을 불어넣을 열정과 소통의 시도를 확인하였다.

앞서 살짝 운을 띄웠지만 연변 공연문화의 취약성은 다양성의 부재이다. 획일적인 기획과 기존의 공연문화를 답습하는 태도로는 새로운 것을 창출해낼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8090 미니콘서트의 관객과 소통하려는 새로운 시도는 내용을 떠나서 연변에 새로운 공연문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첨언하자면 금년은 연변 축구의 한해였다. 몇 시간씩 긴 줄을 서서 표를 사고 몇 시간씩 구장에서 기다려서 축구를 보는 관객이 무려 2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것도 거의 2주에 한번 그렇게나 많은 관객이 몰려든 것이다. 물론 우리지역이 축구의 고향이어서 지역민들 모두다 축구광에 가깝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연변은 춤과 노래의 고향도 아니었던가?

21세기는 미디어시대라서 집집마다 화려하고 재미진 공연들을 TV나 온라인을 통해서 손쉽게 볼 수 있다. 따라서 공연시장이 도태된 것으로 착각할 수 있겠지만 선진국과 다른 국내 큰 도시들은 그런 과정을 안 거쳤을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릴 적 어렵게 표를 구하여 연극단, 구연단, 가무단 등 많은 공연들을 줄서서 보던 일들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어렵게 구한 표인만큼 값진 공연을 기대했으며, 또한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은 적도 없었다. 아직도 그런 향수를 지닌 세대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그런 미래에 그려볼 향수를 새롭게 만들어갈 젊은 층들도 있다. 연변 예술계의 부흥과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우리들의 의지를 한데 모아야 할 때가 되었다.

요즘 중국에는 한류가 대세이다. 그러한 한국의 공연문화가 어떠한 거대한 계획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청춘의 에너지, 젊음의 열정를 단초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여기에 지역민들과 지방정부의 협조, 그리고 자본이 하나로 뭉쳐 이루어진 결과임을 다시 한번 언급하고자 한다.

끝으로, "작은 한걸음이 중요하다. 젊은 예술가들에게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하라!"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약력 (박영일):

1995-1999년 연변대학교 예술대학 작곡과

1999-2001년 연변가무단 창작실 근무

2001-2004년 한국 예술종합학교 컴퓨터작곡과 대학원 석사과정

2004-2006년 한국 성균관대학교 예술철학 박사과정 수료

2004-2014년 연변 음악가협회 한국 대표

2012년- 2014년 연변대학교 한국 학우회 부회장 겸 비서장

2014년 8월 한국 성균관대학교 예술철학 박사학위 취득

2004년 KBS 창사77주년 특별공연 <중국 유학생과 함께 하는타향의 봄 콘서트> 기획

2005년 서울 장충체육관 <귀향 아리랑> 공연 총연출

2008년 한국 디딤무용단 중국 자금성 극장 공연 기획

2009년 한중 민족악기 구성 실크로드 악단 단장

2012년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연변대학교 학우 친선 문화공연> 총연출

2013년 한국 문화정책학회 해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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