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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외로움이 나를 성장시키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7.02.27일 13:50
허명훈

  (흑룡강신문=하얼빈) 매일 한 집에서 부모와 안해와 자식들과 오구작작 모여 살게 되면 부모와 처자식이 그리운걸 모르고 살게 된다. 늘 한 집에서 북적대며서 곁에서 도와주는 가정 성원에 대해 습관이 되어버려 부모님의 사랑과 가정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산다. 우리는 성인이 되어 가정을 떠날 때까지 그 버거운 가정의 정과 사랑을 느끼지 못하다가 뜻밖에 혼자 떠나 타향살이를 하게 되면서 외로움을 느끼고 그때 가서야 부모와 가정의 사랑과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1997년 봄, 나는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가정의 생계와 생활유지를 위해서 남들보다 더 잘 살아보겠다는 욕심과 꿈을 안고 당시 한족에게서 2푼짜리 리자돈을 빌려 12만원의 뭉치 돈을 브로커에게 주고 한국으로 갔다. 내 인생에서 고향에 태줄을 묻고 불혹의 나이를 먹기까지 한번도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해본 적이 없고 결혼해서 안해와 딸과 떨어져 생활해본 적은 더구나 없었다.

  나는 한국에 가서 처음에는 외로움을 느낄새 없었다. 왜냐하면 브로커에게 주느라 진 12만원의 빚을 갚기 위하여 로임이 높은 노가다판에서 낮과 밤이 따로없이 열심히 일을 했기 때문이다. 2년만에 그 빚을 다 갚고 계속 돈을 모으느라 열심히 일을 하다보니 어느덧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부모와 처자식과 리별한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차츰 외로움이 수시로 옆구리를 파고 들었다. 특히 설명절이나 어머니의 생일과 우리의 결혼기념일과 안해의 생일, 딸애의 생일이 돌아오면 더더욱 외로움에 빠져 잠도 이룰 수 없다.

  솔직히 가정과 떨어져 혼자 타향살이에 홀애비 생활을 하게 되면 가정이 그리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제 아무리 성인이고 눈물이 없는 사나이라고 아이처럼 연약해지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감정이라는 것은 너무도 신기해서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어 세월이 갈수록 가정이 그리워 진다. 나와 함께 일하던 친구들과 동료들이 설명절이나 부모나 안해의 생일이 돌아 오면 선물꾸러미를 한 트렁크씩 걸머 메고 고향으로 다녀 오는 것을 볼때면 그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하지만 불법체류자가 된 나는 고향에 돌아가면 다시 한국입국이 불가능했다.

  16년 의 타향살이에서 홀애비 생활을 겪으면서 외로움이 나를 '사람'으로 성장시켜 주었다. 고향에 있을 때는 부모님의 사랑을 아주 당연한 걸로 받아들였으나 지금은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 마땅하다는 도리를 터득하게 되였다. 나를 도와 4헥타르 농사를 지으면서 1무 되는 터밭을 다루고 우리 네 식구의 빨래와 하루 세끼 음식 준비에 매일 팽이처럼 바삐 도는 안해, 섬약한 두 어깨에 온 가족의 중임을 떠멘 안해를 보면서도 이런 일은 당연히 안해가 해야 하는줄 알고 가부장적 틀을 차리며 한번도 거들어 주지 못한 내가 너무도 한심하고 가소롭기 짝이 없다는 것을 깊이 느끼게 되였다. 만약 내가 16년이란 타향살이와 홀애비 생활을 겪지 못했다면 오늘까지도 부모와 안해의 정과 사랑을 몰랐을 것이다.

  드디어 16년이란 한국 생활과 홀애비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2012년 고향으로 돌아온 나는 86세의 년로한 어머니께 자식으로서의 효도를 한다고 부산을 떨어 본다. 그리고 나에게 시집 온 그날부터 고생을 한 안해를 도와 호미와 괭이를 들고 밭일을 도우고 그동안 한국에서 터득한 료리 솜씨도 보이며 주방일도 거들어 주니 안해의 얼굴은 늘 함박꽃이 핀다.

  그렇다. 외로움이 나를 '사람'으로 성장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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