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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우상렬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7.20일 11:31
삶의 물량화가 확보되면서 삶의 질 문제가 심심찮게 얘기되어 온 줄로 안다. 양적변화가 질적변화를 일으키는 법, 그럼 삶의 질이란 무엇인가?

  갓 결혼한 젊은 인도부부와 미국부부가 있었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 골인, 그런데 그 양상은 전혀 달랐다. 인도부부는 아껴 먹고 아껴 쓰며 열심히 돈을 모았다. 집을 사기 위해서이다. 미국부부는 은행대출을 해 애초에 마음에 드는 그럴듯한 집을 장만한다. 그런데 재미나는 것은 인도부부가 돈을 모아 집을 장만하게 되자 그만 병에 걸려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부부는 좋은 집에서 살면서 죽게 되자 은행대출금도 거의 다 갚았다는 것이다. 이는 두 나라 사람의 다른 인생가치관을 말해주는 이야기이다. 즉 각기 소유욕과 사용욕에 집착하는 부동한 인생살이, 이로부터 삶의 질문제가 제기된다.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 그런데 우리는 알게 모르게 너무 쉽게 소유욕에 놀아난다. 그래서 무엇이든지 긁어모으기가 장땡, 내것이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법, 바로 이 소유욕에 놀아나 수전노가 되고 고뿔도 남에게 주기 싫어한다(铁公鸡一毛不拔). 위의 인도부부도 바로 소유욕에 놀아나 인생을 즐기기는커녕 좋은 세월을 고생만 하다가 세월을 허비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부부는 사용욕을 충족시키며 인생을 즐겼던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미국부부가 삶의 질이 높은 것이다.

  나는 우리 배달민족들이 참 멋있다고 생각된다. 우리에게는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자!”,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의 의식이 강하다. 죽은 정승이 산 강아지보다 못하다(好死不如赖活). 무조건 살아남자 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노예적 근성이 적다. 우리는 일제식민지가 되자 독립군이 떨쳐 일어났고 의열단이 활약했으며 의용군, 광복군이 총을 들었다.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기라성 같은 의사들이 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연변만 해도 항일열사 90% 이상이 조선족이 아니더냐? 부서지는 옥이 될지언정 온전한 기와가 되려 하지 않는다(不爲瓦全,寧爲玉碎). 개, 돼지 같은 노예의 삶보다는 독립자주의 자유로운 삶—사람 같은 삶을 위해서 기꺼이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 삶의 질의 최고경지를 실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하루를 살아도 사람 답게 살자!”,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의 삶의 질 의식이 너무 강해 문제가 되는 듯도 하다. 한국 IMF때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되어 길가에 나앉게 되자 가족동반자살을 택한다든가 그리고 우리의 무계획적이고 무절제한 흔전만전의 소비풍조, 그리고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의 난립하는 유흥업소는 그간의 사정을 잘 말해준다.

  나는 지금도 1980년대까지도 조선족농촌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버섯대가리 같은 초가지붕에 흰 회칠을 한 벽이 인상적인 초가집이 그리울 때가 있다. 단지 노스텔지아적인 정서때문 만은 아니다. 물론 그 초가집에는 가난의 때국이 흘렀다. 그런데 그 초가집은 그렇게 아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집안에 들어서면 선반에 반짝반짝 포개놓은 꽃양푼들 그리고 기름기 흐르는 가마솥 그리고 사람의 그림자가 어리는 티끌 하나 없는 노란 장판… 깨끗하고 질서정연하고 포근하고… 정말 사람 사는 집 같았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좀 달리 해보기도 한다. 이른바 삶의 질이란 굳이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웰빙이요, 다이어트요 하는데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 우리는 현재 물질적으로 살만하게 된 줄로 안다. 그런데 우리는 어쩐지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물질적으로 어려웠던 못 살던 옛날을 생각하게 되고 그리워하게 된다. 왜? 그때 우리는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고만고만 살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현재는 욕망이 팽창할대로 팽창해 내가 잘 났나, 니가 잘 났나 서로 비기기, 이른바 경쟁의식에 멍들어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인간소외의 현대병이 곳곳에 만연하고 있다. 물질과 정신의 괴리에서 삶의 질은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현대는 멋진 아파트들이 쭉쭉 일어서고 승용차들이 쌩쌩 달린다. 그런데 그 아파트에서는 맞은켠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그 승용차들이 인도를 마구잡이로 달릴 때 그것은 빛좋은 개살구의 이른바 현대의 물질문명에 다름 아니다. 정신문명이 서지 않은 현대의 삶은 삶의 질을 운운할 여지가 없다. 인간의 삶의 질은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같이 갈 때만이 정녕 확보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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