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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글짓기응모] 숙명적인 글쓰기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9.09.17일 11:30
- 글 / 곽미란 -



  (흑룡강신문=도쿄) 벚꽃축제가 한창이던 올 봄 어느 주말 오후, 친구와 함께 양재천 벚꽃길을 걷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리 밑에 무료로 이름 풀이를 해준다는 현수막이 눈에 띠였다. 이름 풀이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호기심이 동했고 무료라는 말에 얼씨구나 하고 나는 무작정 친구의 팔목을 잡아 끌었다.

  "가자, 재밌잖아."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하고 교양 있어 보이는 어르신이 책상을 앞에 놓고 앉아서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거 무료로 풀이해주시는 거 맞죠?"

  나는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 공짜가 확실하다는 어르신의 대답과 함께 책상 앞에 놓인 걸상에 냉큼 엉덩이를 붙였다.

  어르신이 내미는 양식지에 이름을 써내려 갔다. 왼쪽으로부터 아래로 한글이름을 한 글자씩, 오른쪽에는 위로부터 아래로 한자이름을 한글자씩.

  "저어, 이건 우선 음양오행부터 보거든요."

  어르신은 플이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해석을 해주신다.

  "곽은木, '미'자는水, 나무와 물은 서로 상생하니까 '곽'자와 '미'자는 서로 상생하구요, '란'자는火가 되네요. 물과 불은 상극이죠? 그런데 전부가 양이군요. 음이 없네요. 음양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려행 많이 다니는 편인가요?"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마흔이 되기 전까지 국내외 려행을 적잖게 다닌 게 다 이름에 그런 기운이 있었구나 싶었다. 이번에는 한자이름을 풀이할 차례였다.郭 美蘭 세 글자의 필획수를 각각 옆에 적더니郭자와美자 사이에 다시 수자를 적고美자와蘭자를 묶고郭자와蘭자를 묶는다. 수리학(數理學)의 방법으로 풀이를 하는 거라고 했다. 이어 풀이가 시작되였다. 초년 운 뒤에吉자를, 중년 운 뒤에도 역시吉자를, 말년 운 뒤에 또 한번吉자를 적어내려 가던 어르신이 놀란다. 무려 네개, 그러니까 초년부터 말년, 총체적인 운까지 전부吉자만 나왔던 것이다.

  "이거 아주 드문 일인데요, 어떻게 흉(凶)이 하나도 없이 전부 길자만 나오지? 아, 정말 희한하네요. 뭐하시는 분입니까? 혹시 글 쓰는 일 하세요?"

  내 눈을 주시하며 뭔가를 기대하는 어르신의 간절한 눈빛에 나는 우물쭈물 대답했다.

  "네, 글을 쓰기는 하죠."

  "그러시구나, 어떤 장르의 글을 쓰세요?"

  "시도 쓰고 수필도 쓰고 소설도 써요."

  진지하게 물어보시는 어르신의 물음에 나는 여전히 선뜻 글 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할 용기는 없었다. 그랬다, 내게 글쓰기는 어디까지나 생업 이외의 일이였으니. 늘 생존이, 생업이 더 절실했고 우선이였다. 그러다보니 글쓰는 일은 늘 삶의 일순위에서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아니, 여기에 다 나와 있어서 그래요. 자, 보세요."

  어르신이 중년 운 옆에 한자로 쓰신다.文藝運,學士運,그 아래의 말년 운에는出世格,展開運이라고 적으신다.

  "오늘 참 많은 사람의 이름을 해석해봤지만 문예운, 학사운이 나오신 분은 첨이예요. 지금도 공부 계속하고 계시나요? 이름은 누가 지어주셨어요?"

  갑자기 상황이 전도되였다. 마치 내가 이름 풀이 해주는 사람이고 어르신이 고객 같았다. 옛날처럼 글 쓰는 사람이 존경 받는 세상이 아님에도 어르신은 퍽이나 나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고 나는 나대로 이름자가 지닌 의미를 숙명처럼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에 돌연 숙연해졌다.

  내 이름은 가목사시의 모 한족중학교에서 자연과학을 가르치시는 5촌 고모가 지어주셨다. 아마 우리 집에서는 내가 태여나자 맏이이고 앞으로 출세하라는 뜻에서 그나마 먹물깨나 먹고 시내에서 선생님을 하는 고모에게 특별히 부탁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내 이름은 부르기에도 편하고 듣기에도 무난한 '미란'으로 지어졌다. 고모가 무슨 의미에서 그렇게 지어주셨는지는 모르겠다. 한번도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서론이 거창했다. 글쓰기가 내 인생 전체를 관통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꽤 오래전부터 글쟁이, 소설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생계를 위해 주업은 따로 있었지만 짬짬이 글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내세울만한 작품은 아직 없지만 말이다.

  전업작가로의 나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짐작컨데 굉장히 따분할 것 같다. 이 세상에 알려진 전업작가들의 일상을 보면 대체적으로 비슷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는 새벽 6시면 일어나 생수 한잔을 마신 후 오후 2시까지 꼬박 여덟시간을 글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대부분 책을 읽는다고 한다. 한국의 장강명소설가도 회사에 출근하듯이 하루 여덟시간의 글쓰기를 유지한다고 했다. 아주 어릴적부터 글을 쓰고 발표해서 신동으로 불렸던 중국의 청년작가 장방주(蔣方舟)는 어린 나이에도 이미 글 쓰는 행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깨달음을 털어놓았다. "채소장수는 매일 쉬임없이 사구려를 불러야만 식구들을 먹여 살릴 수 있고 작가는 쉬임없이 글을 써야만 사람들에게 잊혀 지지 않는다."

  "불행해서 최고의 작가가 되였다"는 박경리선생은 대하소설 "토지"를 쓸 때 원주에서 마실돌이 한번 안 나가셨다고 하고 이외수선생은 장편 "벽오금학도"를 쓸 때 방문에 교도소 철문을 설치하는 기행(奇行)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고된 작업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묵묵히 수행의 길을 걸었다.

  나의 지인 중에는 화가가 있다. 그 지인의 화실에 가보면 발 디딜 곳 없을 정도로 작품들이 즐비하다. 그러면서도 늘 작업 중인 그림이 여러 개 있다. 그림이 팔리고 안 팔리고 여부를 떠나서 하루라도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금세 뒤처진다는 강박감 비슷한 직업정신이 그로 하여금 매일 붓을 들게 한다고 했다.

  다시 나를 되돌아본다. 그동안은 글쓰기를 해도 되고 안되는 일쯤으로 치부해왔다. 한마디로 글쓰기는 내게 지적허영심을 만족시키는 하나의 취미생활이였다. 보름만에, 한달만에 소설 한편 써서 투고해놓고 채용여부 소식이 안 온다고 끙끙 앓았다. 난 아무래도 안되나봐, 이따위 거 그냥 확 때려치울까 하면서 람담을 하고 좌절도 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달라져야 한다. 글을 쓰는 일이 나의 운명이라면 나는 기꺼이 이 고달픈 작업, 수행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다시 굴러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수백, 수천, 수만번 바위를 밀어 올리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던 시지프스처럼 나는 운명적인 삶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나에게는 이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것은 곧 작가로서 어떠한 작가정신을 갖추어야 하고 어떠한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을 수립해야 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아는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와 동시에 나는 끊임없이 나만의 언어를 창조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자신을 담금질해야 할 것이다.

  "문학은 이제 대답하지 말고 질문하라", "질문하는 자가 항상 이긴다"라고 신형철 평론가는 말한다. 지금 이 시각, 글을 쓰면서 나도 질문한다. 인간의 고뇌는 어디에서 오는가? 진실은 왜 불편한가?

  흑룡강신문사는 일본조선족문화교류협회, 조선족연구학회와손잡고 글짓기응모활동을 진행합니다. 자신이 직접 겪은 진솔한 창업이야기, 생활이야기면 누구나 도전해볼수 있습니다.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여 흑룡강신문사 및 조선족문학창에 발표를 합니다. 시상식은 2019년 일본조선족문화교류협회에서주최하는 행사와 함께 동경에서 진행합니다. 월드로된 문장을문화교류협회 메일로(info@jkce.org)로 보내시면 됩니다.

  문화교류협회 협찬사

  1. 전일본화교화인부동산협회

  2. (주)아시안익스프레스

  3. 코코미보육원

  4. 아세아인재연구소

  5. 우현세미나

  6. 나미여행사

  7. 주식회사아이지

  8. 메리바미용복지산업연구소

  9. 쉼터물산

  10. 삼구일품김치

  11. 글로벌핸드주식회사

  12. 연아마을

  13. 류우덴무역주식회사

  14. 카바야한방연구소

  15. 주식회사에이요상사

  개인협찬

  강지현(동경)

  김광림(니가다)

  리순옥(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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