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과 술 마신 뒤 새벽 범행… 여관서 "살려달라" 외치자 옷도 제대로 못입고 도망쳐
새벽에 귀가하던 여성을 차량으로 납치해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 남성은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고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피해자를 발견하고서는 즉석에서 "성폭행하자"고 모의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성폭행 혐의로 박모(33)씨를 구속하고 박씨의 성폭행을 도운 혐의로 임모(34)씨를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9일 오전 3시 40분쯤 은평구 녹번동 은평문화예술회관 앞 도로에서 귀가 중이던 A(27)씨를 주먹으로 때려 위협한 뒤 임씨의 차량에 태워 인근 여관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납치된 장소는 녹번동 주택가에 있는 2차선 도로 상으로 주변에 가게들과 가로등이 있는 곳이었으며, A씨 자신의 집에서는 불과 150여m 떨어진 곳이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 새벽 시간대라서 목격자가 없었다고 전했다. 동네 친구 사이인 박씨와 임씨는 수도권 대학을 졸업하고, 각각 보험설계사와 종교용품 판매 점포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17일 오전 3시 30분쯤 서울 은평구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차량으로 납치해 성폭행한 범인들의 범행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범인 박모씨가 피해자를 끌고 가는 모습과 피해자를 태운 카니발 차량이 이동하는 모습, 박씨가 피해자를 끌고 여관에 올라갔다가 범행이 들킨 후 바지만 입고 달아나는 모습까지 찍혀 있다(왼쪽부터). /서울 서부경찰서 제공
박씨는 경찰에서 "둘이서 맥주 2000cc를 마신 뒤 한잔 더 하려고 차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피해자를 발견했다"며 "(피해자를 보고) 순간적으로 욕정을 느껴 성폭행하자고 임씨에게 제의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A씨를 납치해 여관으로 끌고 들어갈 때도 아무 말이나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 박씨가 먼저 여관으로 들어가 성폭행을 저지르는 사이 임씨는 여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은 임씨도 성폭행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으나, 임씨는 "그냥 성폭행하겠다는 걸 거들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씨가 성폭행을 저지르고 나서 샤워하는 사이 A씨가 방을 탈출해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것을 듣고 여관 주인이 달려오자, 박씨는 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임씨와 함께 곧바로 도주했다. 경찰은 여관 주변 CCTV 화면을 분석해 얻은 범행에 쓰인 차량 번호를 통해 두 사람의 신병을 확보하고 거주지에서 이들을 체포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