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도 올렸다 한국 신용등급 그랜드슬램 달성
● 3대 신용평가사 모두 상향
● 미국 돈 푼다는 소식 겹치며 주가 5개월 만에 2000 돌파
미국은 돈을 풀고, 한국은 외환위기의 낙인을 모두 지웠다. 코스피지수는 5개월 만에 2000선을 넘으며 훈풍을 반겼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4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올렸다. 유독 한국에 까탈을 부렸던 S&P가 7년 만에 등급을 올린 것이다. 불과 19일 만에 세계 3대 평가사가 일제히 한국의 등급을 올리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꽤 산다는 ‘A그룹’ 국가 중 3개사가 이렇게 동시에 등급을 올린 나라는 2011년 이후 한국이 유일하다.
이로써 3개사가 한국에 매긴 등급은 외환위기 직전 수준(2개사 더블A, 1개사 A+)으로 되돌아갔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외환위기로 인한 낙인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한·중·일 3국의 종합 성적은 무승부다. 무디스 등급(Aa3)으로는 동률, 피치는 한국(AA-)이 한 단계 위, S&P에선 한국이 한 단계 아래다.
S&P가 등급을 올린 최대 이유는 북한의 원만한 권력 승계다. S&P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싱가포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S&P와 깊숙한 얘기를 나눈 게 효과를 냈다. 튼실한 재정, 양호한 대외부채도 평가받았다. 부동산 시장 불안, 가계 부채는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최 관리관은 “등급 상향 효과가 서민 경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향 조정 시리즈의 완결에 이날 코스피지수는 2.92% 오른 2007.58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순매수가 1조3000억원에 육박했다. 원화 가치는 1% 넘게 오르며 달러당 1117.2원을 기록했다. 1120원 선을 허문 건 6개월 만이다.
등급 상향이 시장 지표를 위에서 끌었다면, 밑에서 밀어올린 건 미국의 3차 양적 완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3일 매달 400억 달러 어치의 주택담보부 채권을 무기한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를 0~0.25%로 유지하는 초저금리 기조도 2015년 중반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돈을 더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13일 다우지수는 200포인트 넘게 급등했고, 14일 아시아 증시는 2% 안팎 상승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에서 풀린 돈이 등급이 오른 한국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쏠림은 부작용을 낳는 만큼 외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돈을 더 풀 정도로 경기가 안 좋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