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초중고생 조사해보니… 중년처럼 수면·운동 부족하고 콜레스테롤 높아
비만율, 5년만에 3%P 늘고 학년 올라갈수록 더 심해
비만판정 고교생 10명 중 1명, 콜레스테롤 수치 정상 웃돌아
"기름진 음식 먹으면서 운동을 안 해 혈압·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지방간이 생겼다."
성인병에 시달리는 중년 직장인들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 건강을 분석한 결과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6일 발표한 전국 초·중·고등학생 18만명 학교건강조사 분석에 따르면, 우리 아이들의 건강상태가 40~50대 중년층을 점차 닮아가고 있었다.
특히 비만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은 열 명 중 한 명 꼴(남자 10.67%·여자 10.10%)로 비만 판정을 받았지만, 고3이 되면 예닐곱명 중 한 명은 비만이었다(남자 17.05%·여자 15.87%).
전문가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적게 자고, 기름지게 먹고, 운동 안 하는 생활이 뚜렷해지는 데서 원인을 찾았다. 중학교까지만 해도 하루 6시간 못 되게 잔다는 응답이 비교적 소수였지만(초등학생 3.64%·중학생 9.97%) 같은 응답이 고등학생 사이에선 절반에 육박했다(남자 38.47%·여자 48.64%).
패스트푸드를 주 1회 이상 먹는다는 응답은 자랄수록 늘어났다(초등학생 57.71%→중학생 64.39%→고등학생 66.32%). 반면, 주 3회 이상 땀을 흘리며 격렬한 운동을 한다는 응답은 자랄수록 줄어들었다(초등학생 51.72%→중학생 31.65%→고등학생 22.08%).
그 결과, 정상범위에선 벗어난 이른바 '혈압상승 소견'을 받은 학생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크게 늘어났다(초등학교 1학년 3.19%→고등학생 8.17%).
비만 학생들만 따로 추려 혈액검사를 실시했더니,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비만 판정을 받은 고등학생 열 명 중 한 명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을 웃돌았다(남자 12.09%·여자 12.81%). 특히 남학생의 경우, 비만 고등학생 다섯 명 중 한 명이 간 기능에 문제가 있었다(19.16%). 주로 지방간·고지혈증이었다. 학원 근처에서 급하게 패스트푸드를 먹고, 게임 등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10대에 이미 '중년 같은 건강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분석을 총괄한 대구가톨릭대 박순우 교수는 "이 아이들이 커서도 성인병을 앓을 위험이 클 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앞선 세대보다 성인병 환자가 훨씬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