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출연한 싸이 패러디 동영상이 강남스타일 유튜브 조회기록(11억뷰)을 깨려면 2만년은 걸릴 것 같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저는 총장님이 업무차 전 세계를 돌아다닌 여행거리(마일)와 하루 4개국씩 이동하는 기록은 못 깰 것 같습니다."(가수 싸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지난 한 해 말춤 열풍을 일으키며 월드 스타로 도약한 싸이가 1일 뉴욕 맨해튼 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서 두 달여 만에 다시 만났다. 이날 반 총장과 싸이는 좌중을 휘어잡는 입담을 발휘해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하례식이 진행됐다.
반 총장은 "이제까지 누구에게 경쟁심이 있거나 그런 적이 없었는데 싸이가 작년에 나타나면서 처지가 이상하게 됐다"며 "새해가 되면 결의를 하는데 올해 결의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싸이만큼 유명해질까 하는 것"이라고 농을 쳐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지난해 12월 유엔기자단 송년모임 때 내가 출연한 싸이 패러디 동영상을 선보였는데 그걸 누군가 유튜브에 올렸더라"며 "그런데 여태까지 클릭 수가 채 5000건이 안 돼 이런 속도로 가면 계산해보니 싸이 강남스타일 유튜브 조회 11억건을 깨려면 2만년이 걸리더라. (싸이가) 정말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고 덕담을 건넸다.
반 총장은 또 "싸이는 전 세계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주는 예술인으로서 유엔 사무총장인 저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올 한 해도 창의적으로 활기차게 예술활동을 전개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싸이도 "총장님이 농이시겠지만 너무 띄워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오늘 반 총장님과 떡국도 함께 먹어보고 정말 출세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싸이는 "외신기자들이 누가 말춤을 췄을 때 가장 영광스러웠느냐고 자주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총장님이라고 답했다"며 "그 이유는 춤을 안 추실 것 같은 분이 춤을 춰서"라고 말해 행사장에 폭소가 터졌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이)사실 누구를 위해 시작한 게 아니라 개인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국위선양 이야기가 나오면 민망하고 멋쩍다"며 "이제 개인 이상의 일이 돼서 가볍지 않지만 지난 12년간 씩씩하게 해왔기 때문에 새로 데뷔한다는 마음으로 올해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남스타일 후속곡 준비와 관련해 싸이는 "사실 강남스타일은 2012년 말까지만 하려고 했는데 전일 공연 후 다시 인기 순위가 올라가고 있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와 스페인에서는 이제 연락이 오고 있다"며 "강남스타일을 좀 더 밀고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싸이는 전날 밤 100만명 인파가 모인 가운데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린 새해맞이 공연에서 말춤을 추며 강남스타일을 열창해 맨해튼을 들썩거리게 했다.
한편 반 총장은 "한국에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는데 동북아에서는 처음"이라며 "새 정부가 한반도 평화안정, 교류협력 전기를 마련하는 등 남북한 문제를 잘 추진해나가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또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통해 유엔이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북 이슈와 관련)나름대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뉴욕 = 박봉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