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이시영(31) 앞엔 '배우'와 '복싱 국가대표' 두 수식어가 나란히 붙는다. 링 위에서 나비처럼 날아올라 벌처럼 단단한 잽을 날리는 퉁퉁 부은 얼굴의 그이를 보고 있자면 절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된다. 촬영장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말간 얼굴로 시나리오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다. 이토록 아름답고 건강한 이중생활이 또 있을까.
영화 '더 웹툰: 예고살인'(이하 '더 웹툰' 김용균 감독, 필마픽쳐스·라인필름 제작)에서 비밀을 가진 웹툰 작가 강지윤을 연기한 '배우' 이시영은 복싱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했다.
"복싱하며 얻은 건 건강 뿐이 아니에요. 일단 엄청나게 차분해졌고요.(웃음) 열심히 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운동하고 나서 오히려 연기를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예전엔 '이게 과연 될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젠 상황이 안 좋아도 열심히 하면 된다는 믿음이 있어요."
지난해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로 첫 원톱 주연 자리를 꿰찬 이시영은 당시 처음으로 작품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렸단다. "아무리 저예산 영화라도 2~30억 원이 제겐 상상할 수도 없이 큰돈이잖아요. 주연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흥행이 좌우된다고 생각하니까 예전처럼 촬영장에 편한 마음으로 못 오겠더라고요."
"예전엔 딱 제게 주어진 일만 했어요.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 아냐?'라며 서로의 분야에 관여하는 걸 죽도록 싫어했는데 이젠 제가 나서서 아주 작은 일에도 신경 쓰게 된 거죠. 총대를 멘다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더 웹툰'에는 책임감이 더 막중했어요. 장르도 장르지만 일단 정극이니까. 연기가 안 풀리는 장면은 풀릴 때까지 사전 리딩을 했어요. 정말 치열하게 찍었죠."
그이는 어느 때보다 몰입해 찍은 작품이지만 나름대로 아쉬운 장면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특히 극 중 자신을 쫓는 형사 기철(엄기준)과의 취조실 장면은 "볼 때마다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제가 아직 완급 조절을 못 하나 봐요. 취조실 장면도 그렇지만 지윤이 방송에 나오는 장면은 민망해서 못 볼 정도예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도 스스로 이해 안 되는 장면들이 있으니.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링 위에 서며 전에 없던 근성과 긍정적 에너지가 생겼다는 이시영은 운동하며 신체보다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졌다고 강조했다. 늘 촬영장에서 불평 불만을 털어놓던 자신이 이렇게나 긍정적으로 변하게 된 것도 온전히 운동 때문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운동하시는 분들은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열정적이에요. 링 위에 있는 시간만큼은 힐링이 되요. 물론, 여배우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제겐 엄청난 행운이죠. 늦은 나이에 데뷔했고, 운 좋게 작품을 계속 할 수 있었으니까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조성진 기자 jinphoto@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