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12일 여야가 합의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예비열람을 취소하면서까지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에 격하게 반응했다. 전날 미온적인 대응에서 급선회한 것이다. 당내에선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화(火)가 국회를 ‘올스톱’시켰다”는 해석이 나왔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대화록 예비열람을 위해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국회 운영위원회를 회의 시작 1시간 전 전격 취소했다. 이후 모든 원내 일정도 잠정 보류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취소 결정 후 소집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귀태’ 발언 직후 김태흠 원내대변인에게 항의 브리핑을 지시했고 자신도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에게 직접 문제를 삼았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이 보인 반응은 시차가 있었고, 청와대의 반응 강도에 따라 큰 변화를 보였다. 전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귀태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그간 보였던 대선 불복의 일환’이라며 가볍게 치부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도 “사과하라”는 수준에서 대응했다. 이마저도 기자들이 먼저 전화로 새누리당 입장을 물어본 뒤에야 나왔다. 그러나 이날 이 홍보수석이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홍 원내대변인에게 대국민 사과를 공식 요구하자 새누리당도 곧 이어 ‘전 일정 보이콧’이라는 강수를 냈다.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는 당의 갑작스러운 기조 변경과 관련해 “이 홍보수석이 먼저 어제와 오늘 태도를 바꾸지 않았나. 박 대통령이 대선 기간 자신을 희화화한 그림을 그렸던 ‘홍성걸 사건’ 때와 버금가는 수준으로 불편해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청와대 기류 변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