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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의사 송태호의 진료일기] 의사가 "가급적 밀가루음식 피하라" 하는 이유

[기타] | 발행시간: 2012.03.17일 03:13
"감기가 하나도 안 나았어요." 진료실에 들어서는 환자 목소리에 날이 서 있다. 몸살과 인후통이 아주 심했던 환자였다. 그래도 증상이 전혀 호전되지 않은 게 이상했다. 진찰해 보니 목 안쪽이 약간 헐었다. 환자에게 진료 결과를 설명하고 투약과 통증을 완화해주는 근육주사를 처방했는데 환자가 주사만 맞겠다고 한다. "몸이 안 좋아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다 보니 지난번에 처방해 준 약도 제대로 먹지 않았다"고 했다.

역시나 하는 생각에 잠시 울컥했지만 환자를 다시 타일렀다. "감기란 게 증상이 심하면 합병증이 생기니 약을 처방하는 것입니다. 약을 제대로 안 드시면 차도가 없는 게 당연한 일이죠. 의사가 약을 하루 3회 처방하는 이유는 하루 세 번을 드셔야 몸 안에서 적당한 약 농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한두 번 정도 식사를 걸러도 약은 그냥 시간 맞춰 드시는 게 좋습니다."

'식후 30분'이란 복약 지도는 일종의 도그마다. 밥을 안 먹었다고 약도 거르는 환자가 의외로 많다. 의사의 별도 지시가 없다면 처방받은 약은 예정된 시각에 먹을 때 비로소 최상의 효과를 낸다. 그러나 의사나 약사 지시를 곧이곧대로 해석해서 오히려 탈이 나는 경우가 있다.

"밀가루 음식을 피하라"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위와 장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의사가 지레 해주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밥이 주식인 우리야 밀가루 음식을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밀가루가 주식인 바다 건너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나는 스승이나 선배 의사, 또는 교과서에서 "소화가 되지 않을 때 밀가루 음식을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읽은 기억이 없다.

왜 그런 '처방'이 나왔는지 궁리해 보았다. 침은 이의 씹는 작용과 더불어 소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입에서 음식물을 잘게 쪼개는 동안 침 안에 있는 소화효소가 활발히 작용해 음식물이 식도를 거쳐 위장에 도착한다. 그 무렵 이미 탄수화물은 어느 정도 분해가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대부분 입안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국수나 빵, 수제비를 밥처럼 오랫동안 씹어 먹는 사람은 없으니 이런 밀가루 음식은 입을 단지 거칠 뿐 곧바로 위장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위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과 약한 사람의 차이가 난다. 정상인 사람의 위는 이런 음식의 과부하를 견디지만 기능이 약한 사람은 부대낀다.

결국 무엇을 먹어도 국이나 물에 말아 먹거나 얼마 씹지 않고 빨리 먹으면 위에 부담을 주게 된다. 그러므로 "밀가루 음식을 피하라"는 건 "모든 음식을 충분히 씹어 먹으라"는 말로 바꿔야 옳다. 오랫동안 충분히 씹어 먹으면 위 부담을 줄이고 과식도 피할 수 있다. 식사 시간이 길어지면 포만중추가 식사 도중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전쟁 치르듯 밥을 후다닥 해치우고 천천히 먹는 앞 사람 눈치를 준다. 이것은 예의도 아니지만 건강에도 나쁘다. '된밥 좋아하는 사람이 장수한다'는 속담이 있다. 된밥은 오래 씹어야 하니, 새삼 옛사람의 지혜를 돌이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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