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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고향의 밥짓는 연기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7.28일 14:02
(대경) 황혼호

  (흑룡강신문=하얼빈) 내 기억속의 고향의 가장 시적인것은 모색이 창연한 저녁 무렵의 경치였고 가장 그림 같은 화폭은 모락모락 피여나는 밥짓는 연기였다. 어릴 때 고향의 밥짓는 연기는 내가 가장 익숙한 경치로서 매일 몇번씩 눈앞에 나타나군 했다. 아침 동쪽 지평선에서 밝음이 다가올 때 그 고향의 초가집 굴뚝에서 밥짓는 연기가 곱게 피여 높은 하늘로 올랐고 저녁때면 밥짓는 연기는 집 사람들을 돌아오라고 손짓했다.

  가장 로맨틱한 정조가 있는것은 황혼무렵 밥짓는 연기였다. 지는 해가 초가집 이영과 나무통 굴뚝에 담담한 여광을 비치고 지친 새들이 수림을 찾아들 때 마을의 집집마다 밥짓는 연기가 피여 오르기 시작한다. 그 모락모락 피여나는 밥짓는 연기는 초가집 우에서 빙빙 돌다가 나무가지의 새둥지를 스쳐지나 무져놓은 땔나무 무지우에서 딩굴다가 가볍게 하늘의 새울음 소리를 감싸더니 가물가물 안개마냥 하늘 높이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바람이 조용한 날에는 밥짓는 연기는 머리를 풀어 헤치고 높이높이 하늘로 올라가는데 끊임없이 이어진 연기는 서로 얽히여 천천히 하늘을 치 받고 선 나무가 되여 느릿느릿 먼곳으로 사라진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밥짓는 연기는 금방 굴뚝에서 솟아나자 재빨리 한덩어리가 되여 떨기떨기 회색의 구름이 되여 마을 상공에서 둥덩실 날다가 아득한 광야에 사라진다.

  밥짓는 연기는 애들한테는 어머니가 지어놓은 감칠맛나는 밥상이였다. 무리를 이룬 짜개바지 애들이 마을밖 들판에서 뛰놀고 개울물에서 장난치고 뒤산에서 산과실을 뜯어 먹느라 시간을 잊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마저 잊는다. 이때 누군가 소리친다. ”우리 집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 이러면 애들의 눈길은 똑 같이 마을로 향해 분분히 자기집 굴뚝을 찾는다. 애들은 아쉬운대로 장난을 그만두고 서로 쫓아가며 집으로 달린다. 그 따뜻한 노을빛 연기속에는 엄마의 신신당부가 있었고 할머니의 따뜻한 눈빛이 있었고 아빠의 종소리처럼 우렁찬 부름이 있었다.

  애들이 차츰 자라 고향을 떠날 때 밥짓는 연기는 방랑자들 마음속의 근심과 걱정이였다. 아무리 머나먼 곳에 가서도 아무리 큰 어려움에 봉착해도 그 하늘하늘 날리는 밥짓는 연기를 생각하면 모든 고난과 번뇌를 깨끗이 잊어버리고 포근함에 푹 빠지게 된다.

  그런데 나는 얼마 동안이나 밥짓는 연기를 보지 못했는가? 콘크리트 건물로 지어진 시내에서 집집마다 사용하는것은 석유가스가 아니면 천연가스로, 밥짓는 연기를 볼수가 없었다. 혹간 연기를 볼수 있어도 그것은 공장에서 내뿜는 유해 기체로 사람들이 멀리 피하느라 야단들이고 지금 또 모든 사람들이 돈 벌기에 분망한데 언제 유유자적한 심정이 있어 그 무슨 밥짓는 연기를 감상하고 있겠는가.

  삶의 려로에서 문득 총총한 발걸음을 멈출 때면 마음속에 서서히 기억속에 밥짓는 연기가 떠오르고 코끝에서 시골집 밥상에서 풍기는 향기가 감도는듯하다. 그럴 때면 들썽하던 심정이 차츰 가라앉고 따뜻한 인정이 순간 온 마음속에 가득찬다.

  고향의 밥짓는 연기는 마치 경쾌한 음악과 우아한 춤마냔 항상 내 생명속 가장 생동하고 제일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는다. 밥짓는 연기를 생각할 때면 나의 생명이 더는 나약하지 않고 인생이 더는 힘들지 않았다. 아, 잊지 못할 고향의 밥짓는 연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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