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 트위터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아베 총리가 ‘버락’이라고 이름을 부르며 먼저 감사를 표하자 오바마 대통령도 ‘마타 지카이 우치니(조만간 또 보자)’란 일본어로 친근감을 표시했다.연합뉴스
6박8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과의 신밀월에 힘입어 거침없이 ‘개헌 드라이브’를 몰아붙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으로 돌아온 3일 오후 총리관저 명의 트위터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트위터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미국과의 돈독해진 관계를 과시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이름을 직접 덧붙이며 ‘버락, 링컨기념관을 둘러본 것과 야마구치현(아베 총리의 지역구)의 술, 하이쿠(일본의 짧은 전통시)를 포함해 모든 것이 고맙다’는 영문 메시지를 올렸다.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미국 방문을 마치고 정부 전용기에 탑승하기 직전 손을 흔드는 장면을 담은 사진도 함께 올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아베 총리와의 만찬 때 일본 전통주를 준비하고 하이쿠를 읊었으며, 전날 예정에 없던 링컨기념관 방문 일정을 만드는 등 극진히 환대한 데 대한 인사다.
미 백악관도 트위터에 ‘역사적인 방문을 해 줘서 고맙다. 미·일 관계는 지금이 가장 강력하다’는 오바마 대통령과 영부인 미셸 여사의 영문 메시지를 올리며 화답했다. 끝에는 ‘조만간 또 보자’는 뜻의 일본어 ‘마타 지카이 우치니(また近いうちに)’를 로마자로 표기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일본 정부와 여당은 평화헌법 개정(개헌)에 본격 착수했다. 아베 총리가 귀국한 3일 ‘헌법의 날’을 맞아 요코하마에서 3만여명이 모여 ‘헌법 수호 집회’를 여는 등 일본에서는 개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지만, 광역 지방의회 절반 이상이 개헌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채택했다. 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지난해보다 8개 늘어난 27개 부현 의회가 개헌 실현과 개헌 논의 추진을 요구하는 의견서·청원을 가결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새로운 헌법 제정을 주장하는 ‘일본회의’와 집권 자민당의 관여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1997년 창립된 일본회의는 일본 최대 극우 단체로 아베 총리를 비롯해 아소 다로 재무상 등 아베 정권의 주요 각료들이 소속돼 있다. 일본회의는 2013년 개헌을 위한 의견서 가결 운동을 벌이자고 방침을 정했으며, 자민당 본부는 다음해 대규모 국민운동이 필요하다며 자민당 지역 본부에 의견서 가결을 주문했다. 의견서나 청원은 법적인 구속력을 발휘하지는 않지만 개헌을 위한 여론몰이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미 2012년 전쟁·무력행사의 포기, 전력 보유 금지 등을 규정한 헌법 9조를 개정하는 개헌안을 낸 자민당은 이후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단계적 개헌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본 언론은 아베 정권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시점을 내년 참의원 선거 이후 2017년 정기국회 때로 보고 있지만 최근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전 지구로 확대하는 등 전후 70년간 평화국가였던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