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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 가슴 따스한 시인의 시에 언 가슴 녹이며 [촌평]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2.14일 09:55
심숙

  "여보시오? 여기 심양 김창영이라요. 어… 아하하하…"

  라는 웃음소리가 먼저 전파를 타도록 전화를 하는 사람은 심양의 김창영시인이다. 가식이 없이 솔직하고 본 모습 그대로를 시에 담으며 개인의 신변잡사도 민족의 애환으로 승화시킬줄 아는 시인이 김창영이다. 이번에 보내온 시묶음 역시 크게 빗나가지 않고있었다.

  시 '석양아래,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산책하는 모습을 그려보이고있다. 일흔다섯에 나는 아버지와 여든에 나는 큰아버지는 석양을 온몸에 받으며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평생의 이야기를 다하실듯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신다. 그러나 귀가 어두운 아버지와 귀 아니여도 다 알아듣는 큰아버지의 이야기는 서로가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이야기들이다.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허리 굽도록 살아오신 인생나이테가 묻어나면서 뭉클한 감동을 준다. 굉장히 평이한 시어들로 굉장히 낮은 톤으로 시작되고 마무리된 시인데 공명은 오히려 크다. 그것은 풍경화속 주인공들 자체가 이미 장편서사시인 까닭이다. 그리고 그런 주인공을 내세웠기에 시인은 해석을 일체 하지 않지만 시의 뒤면에 흐르는 장편서사시를 독자들은 읽어낼수가 있는것이다.

  시 '아버지'는 상기 시의 연장선에 있다. 귀가 고장난 아버지는 누군가와 마주하면 온몸이 귀가 되지만 결국 아무 말도 새겨들을수 없는 몸이다. 그러나 소리들이 비껴간다고 해서 인생에서 소외된것은 아니다. '조용해서/조용히/세상을 웃는/이버지의 귀'가 있기때문이다. 인생을 관조하는 득도한 사람은 굳이 귀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구도의 길'이라는 시를 보면 점층법이 생각난다. 어둠속으로 내딛는 걸음, 흔적없이 사라지는 무지, 그러다가 진실로 깨여나고, 그속에서 내가 보이고, 꽃이 피였다가 떨어지는 그 과정은 걸음걸음 옅은데로부터 깊은데로, 낮은데로부터 높은데로 서서히 먹어들어가면서 그 밀도와 그 깊이를 더해가는 점층법적인 수법으로 전반 시가 조직되였다. 마지막 '꽃이 피였다가 떨어지네'가 화룡점정으로 이 시에 색상을 입혀주면서 드디여 이 시를 만개하게 만든다. 압권이라는 말을 이때 써야 할것이다.

  시 '목에 생선가시 찔리우고'는 일상에서 채집된 이야기를 쓰고있다. 생선을 먹다가 생선가시에 찔려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그러나 시인은 그런 일상에서 '평생 자기 몸의 크기만큼 한몸되여/가시 가시 가시들을 키워가는/물고기'보다 못한 인생을 자조하고있는것이다. 세상은 철학이고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서 지천명도 되고 이순도 된다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절대적인 진리를 다시 새겨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리고 상기 4수의 시들은 일제히 인간에 대한 뜨거운 심장을 그대로 로출시키고있으며 인생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굳이 감추지 않고있다. 그래서 상기 4수의 시들은 따스한 인간미의 김창영을 무척 닮아있는것이다.

  소한이 지나고 대한이 랠모레다. 일년중 가장 추운 요즘 저으기 가슴 따스한 시인의 화로불같이 따스한 시를 손에 덥썩 쥐니 한겨울 내내 차겁게 얼었던 심신이 그만 다 녹으며 당장 새순이 돋게 생겼다. 누구보다 앞서 인생의 따슨 봄을 안겨준 시인에게 감사드리며 그의 시적행보를 늘 지켜볼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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