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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메밀 집들

[기타] | 발행시간: 2013.01.23일 09:33

[이야기가 있는 맛집(67)]

글ㆍ사진=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

메밀이 제철이다. 늦가을 수확한 메밀로 국수를 만들면 가장 맛있다는 걸 식객들은 안다. 1월 중에는 그나마 좋은 메밀의 경우, 메밀 향을 느낄 수 있다. 강원도 일대로 메밀막국수 식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진다. 올 겨울 메밀국수, 막국수에 대한 식객들의 관심사는 역시 동치미와 100% 막국수다.

누구나 ‘100%’에 열광한다. 어떤 종목이든 ‘1등’ ‘100%’라면 우선 주목하고 대부분의 경우 관심을 가지고 열광한다. 2012년 봄, 느닷없이 100% 메밀막국수집이 모 방송사의 ‘착한식당’으로 떠올랐다.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가 나왔지만, 강원도 횡성군 깊은 산골의 ‘100% 메밀막국수집’은 그야말로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하루 10∼20명 정도 방문객이 4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냄비근성은 문제”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지금도 꾸준히 주목을 끌고 있다.

사실 더 이상 ‘막국수’는 없다. 막국수는, 메밀의 거친 껍질을 까내지 않고 껍질과 속살을 그대로 갈아서 바로 내린 다음 먹었던 거친 음식이다. 강원도 산골에서 구황식물로 사용했던 것이 도회지로 건너왔다. 물론 지금도 춘천, 원주, 강릉 등에 막국수 집들이 많다. 원 출발지이기 때문이다.

“막국수가 없다”는 말은 예전 방식으로, 껍질 째 갈아서 만드는 메밀국수가 없다는 뜻이다. 메밀의 겉껍질을 까내면 희미한 속껍질과 속살이 나온다. 이른바 ‘녹쌀’이다. 그동안 제분기술은 놀랍게 발전했다. 녹쌀을 갈면 고운 메밀가루를 얻을 수 있다. 예전에는 그 과정이 번거로웠지만 이제는 누구나 쉽게 고운 메밀가루를 얻을 수 있다.

예전의 메밀막국수를 먹고 나면 치아 사이에 까맣게 메밀껍질이 끼었다. 오래지 않은 이야기다. 불과 50∼60년 전의 이야기다. 껍질을 까내고 곱게 제분한 메밀가루로 만드는 메밀막국수를 먹고 나서 치아 사이에 검은 가루가 낄 일은 없다. 녹쌀로 만드는 메밀막국수는 이제 더 이상 막국수가 아니다. 우리가 지금 ‘막국수’라고 부르는 음식은 ‘메밀국수’라고 해야 옳다. 밀가루로 만든 국수가 ‘밀국수’라면, 메밀가루로 만드는 음식 메밀국수가 옳다. 이제 막국수는 없고 메밀국수만 남았다.

100% 메밀국수는 고운 메밀가루 때문에 가능하다. 껍질 째 갈아서 사용하는 거친 메밀가루로 100% 막국수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고운 가루 때문에 100% 메밀국수가 가능해진 것이다. 100% 막국수는 힘들지만 100% 메밀국수는 가능하다.

“메밀 100% 막국수는 맛이 없다”는 표현도 사실은 되짚어 봐야 할 내용이다. 메밀100%국수는 메밀 맛이 난다. 메밀 맛은 달지도 않고 감칠맛도 없다. 그냥 메밀 맛이다. 메밀 맛을 맛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100% 메밀국수, 막국수는 “맛이 있다”고 해야 옳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의 많은 막국수, 메밀국수 집 중 100%를 내는 곳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숫자가 많지 않으니 오히려 100% 메밀국수를 내는 집들은 뜨거운 호응을 받는다. 맛이 있든 없든 꾸준히 100% 메밀국수, 막국수를 내놓는 집들을 찾아보자.

당연히 지난 봄, 화제의 중심에 섰던 ‘삼군리메밀촌’이 있다. 강원도 횡성군이다. 이 집의 메밀묵도 눈여겨볼 만하다.

‘남북면옥’은 오래된 메밀막국수 노포다. 강원도 인제군 읍내의 허름한 가정집이다. 이집의 동치미는 짜다는 평가 이외에는 호평을 받고 있다. 갓김치도 특이하다. 염장 갓을 이용하여 매일 아침 새롭게 갓김치를 버무린다. 노랗게 익은 갓이 봄철이면 한결 더 짙은 맛을 더한다.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 모두 간이 그리 강하지 않다.

인근의 ‘서호막국수’는 노포는 아니지만 역시 메밀 함량 100% 막국수를 내놓는다. 새롭게 떠오른 메밀막국수의 강자로 인제읍내에서 ‘남북면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남북면옥’보다는 정갈한 느낌, 모든 음식의 간이 얼마쯤은 가볍다.

‘분틀’은 예전에 국수를 ‘내리던’ 도구다. 조선후기 김준근은 ‘국수 누르는 모양’이라는 그림을 남겼다. 분틀 위의 사내는 자신의 체중으로 분틀의 막대기에 힘을 가해서 국수를 내리고 있다. 냉면인지 막국수인지는 모르지만 ‘국수’라고 표현된 것이고 가게로 짐작되는 그림을 보면 막국수보다는 냉면 쪽인 것 같다. 이 사내가 몸을 싣고 있는 큰 도구가 바로 분틀이다. ‘신동옥옛날분틀메밀국수’는 분틀을 사용하여 국수를 뽑는다. 국수 가락의 거친 식감이 아주 좋다.

‘옛날공이메밀국수’는 영동고속도로 속사IC 무렵에 있다. ‘신동옥옛날분틀메밀국수’와 같이 막국수라고 하지 않고 메밀국수라고 부른다. 주문을 받고 나면 바로 반죽을 이용하여 메밀국수를 내린다. 1인분, 2인분으로 팔지 않고 한 공이, 반 공이로 셈하여 내놓는다. 한 공이는 원래 6인분이나 이 집에서는 4인분으로 내놓는다. 메밀국수는 수준급이나 불행히도 동치미는 기대 이하다.

원주 외곽지역에 ‘금대리막국수’가 있다. 이 집은 가장 최근에 100% 막국수를 만드는데 성공한 집이다. 원주 일대에 막국수 집은 많이 있지만 대부분 메밀 함량 50% 언저리다. ‘금대리막국수’는 메밀 전문점을 내면서 처음부터 100% 막국수에 도전, 결국 성공했다. 외진 곳에 있지만 100%를 찾는 메밀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해졌다. 메밀을 활용한 만두도 눈길을 끈다.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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