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멤버 유리가 흑인을 흉내 낸다며 과장된 몸짓과 함께 “Yo, You Die(넌 죽었어)”라고 말하는 영상. /출처=유튜브
그간 우리 사회에서 아무 문제없이 통용되던 ‘다른 인종에 대한 희화화’가 K팝의 세계적인 인기와 맞물려 해외에서 ‘인종차별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 그간 코미디, 학예회 등의 단골 소재였던 흑인 분장이나 흉내, 일본인 흉내, 외국인 근로자 성대모사 등이 세계인들의 기준에는 명백한 인종차별로 인식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이다.
연예뉴스 전문매체인 제저벨(Jezebel)은 이달 초 ‘K팝과 흑인분장,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가?!’(WTF Is Up With K-Pop and Blackface?!)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남성 댄스그룹 ‘비스트’, 여성 그룹 ‘버블 시스터즈’ 등이 흑인 분장을 한 사진을 실었다. 칼럼에서 매체는 “K팝이 세계의 시선을 끌면서, 사람들은 이들 그룹의 모든 것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기 시작했으며, 인종차별(racism)에 대한 불쾌한 형상화, 성대모사, 흉내 내기 등을 발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소녀시대 멤버인 태연이 방송에서 흑인 가수 얼리셔 키스에 대해 “흑인치고는 예쁘다”고 발언한 것과, 또 다른 소녀시대 멤버 유리가 흑인을 흉내 낸다며 과장된 몸짓과 함께 “Yo, You Die(넌 죽었어)”라고 말하는 내용의 동영상 등도 함께 소개했다.
그룹 비스트의 멤버 이기광의 흑인 분장 모습.
제저벨은 “이러한 인종차별 행위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이 문제는 앞으로 K팝 산업에 유행병처럼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 칼럼은 2만건이 넘는 조회 수와 160여개의 비난 댓글이 붙었다.
다른 연예매체 “오, 그들은 그러지 않았어요”(Oh! No They Didn’t)에도 ‘K팝인가 KKK팝인가. 은밀한 반(反)흑인 음악이 미국을 휩쓸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KKK는 흑인 증오를 기반으로 삼는 백인우월주의 단체다. 이 글에는 2000개가 넘는 비난 댓글이 달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그들(한국 가수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른다”는 식으로 이번 논란이 ‘문화적 차이’에 따른 것이라는 옹호론을 펴기도 했지만, 다수의 네티즌들은 “내부(한국 내)에서 자기들끼리는 인종차별적 사고를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낸다는 게 더 문제” 등의 논리로 비판하고 있다. "당사자가 불쾌하게 느꼈다면 인종차별"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북미와 유럽의 다인종 국가에서는 아시아식 영어발음 또는 인도식 영어발음을 흉내 내거나 얼굴에 검은 칠을 하는 등의 언행은 모두 적대적인 인종차별 행위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