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이 뇌 각성시켜 많은 양의 음주 유도… 알코올 의존성 높여
술과 술을 섞어서 마시는 것만큼 고카페인 음료와 술을 섞어 마시는 '에너지 폭탄주'가 뇌에 치명적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폭탄주는 마시기 편하고 빨리 취한다는 이유로 청년들의 술 문화로 자리 잡았다. 소주와 맥주, 양주와 맥주 등 서로 다른 술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는 물론 '에너지 음료'를 섞은 고카페인 폭탄주도 유행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해 만 15세 이상 남녀 2,0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년간 한 번 이상 폭탄주를 마신 사람은 626명(30.3%)였다. 이 중 폭탄주 선호도를 연령별로 조사한 결과 20대는 49.2%, 10대는 22.7%가 폭탄주를 즐긴다고 답했다. 30대는 34.9%, 40대는 32%, 50대는 21.2%, 60대는 12.1% 등 연령이 높아질수록 폭탄주 선호도는 낮아졌다.
에너지음료가 인기를 끌면서 에너지폭탄주를 즐기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20대는 9.6%, 10대는 1.1% 에너지 폭탄주를 즐긴다고 답했고, 나머지 연령층은 즐기지 않았다. 에너지폭탄주는 '카페인음로+소주' 형태가 52.9%, '카페인음료+위스키' 형태가 41.2%였다. 이밖에 보드카나 데킬라 등을 섞어 마시기도 한다.
젊은 층이 폭탄주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보다 마시기 편하고 빨리 취하기 때문이다. 에너지폭탄주는 취기가 잘 돌지 않고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잘못 알려져 인기가 높다.
김대진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서 에너지폭탄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 교수는 "에너지폭탄주는 고카페인음료에 든 탄산이 알코올의 흡수를 가속시켜 평소보다 술을 많이 먹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많이 마시면 무기력증이나 우울증,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음료에 함유된 고농축 카페인은 뇌를 각성시켜 많은 양의 음주를 유도한다. 알코올 의존도가 높아지면 뇌의 물리적 크기가 줄기도 하는데, 뇌가 쪼그라들면 감각이나 인지, 운동 등 총체적인 기능에 장애가 올 위험도 있다.
김 교수는 "에너지 폭탄주는 일반 폭탄주에 비해 건강에 더 좋지 않다"면서 "카페인 때문에 평소보다 혈압도 올라가고 심장에 무리가 가게 된다. 심할 경우 탈수 증세 때문에 응급실에 가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호주에서 16세 소녀가 알코올성분이 함유된 고카페인음료 세 캔을 섭취한 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 교수는 "호주 정부에서는 에너지드링크와 술을 섞어 마시면 여러 종류의 마약을 복용한 것과 같다는 이야기까지 한다"면서 에너지폭탄주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