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시원하고 달게 느껴 흡연·알코올중독 가능성 높아
남성이 술이나 담배를 많이 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쓴맛 미맹(味盲)'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쓴맛 미맹은 혀가 쓴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부모로부터 유전된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예미경 교수팀은 성인 남녀 174명을 대상으로 쓴맛 미맹 여부와 흡연 및 음주량을 조사했다. 남성은 쓴맛 미맹이면 흡연율과 음주량이 다른 사람보다 배 가까이 높았다. 쓴맛 미맹 중 흡연자는 76.5%로 정상 그룹(48.3%)의 1.5배였다. 1주일에 두 번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 역시 47%로, 정상 그룹(26%)의 1.8배였다. 예 교수는 "쓴맛 미맹이면 술, 담배를 시원하고 달게 느끼게 되므로 흡연이나 알코올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중·고교나 군대 등에서 이를 확인해 미리 적절한 금주, 금연 교육을 시행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은 조사 대상자 중 흡연·음주를 하는 사람이 너무 적어 의미 있는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쓴맛 미맹은 거름종이에 매우 쓴맛이 나는 페닐티오요소(PTC) 화학용액을 묻혀 혀끝에 대 보는 검사로 간단히 확인한다. 쓴맛 미맹인 사람은 PTC 용액을 물맛처럼 밍밍하게 느낀다. 쓴맛 미맹은 성인 10명 중 2명꼴로 흔하지만, 쓴맛을 제대로 못 느끼는 것 외에 불편함이 없고, 치료법도 없다. 스스로 쓴맛 미맹인 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남들이 쓰다고 하는 커피를 마실 때 쓰지 않고 달면 쓴맛 미맹 가능성이 있다.
김현정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