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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하면 '차카게 살자'만 떠올리는 당신에게

[기타] | 발행시간: 2014.07.12일 11:44
[오마이뉴스 차소정 기자]

2000년대에 들어서 타투(문신)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학생, 직장인, 연예인 할 것 없이 자기표현의 한 방법이자 패션, 취향으로 인식된 지 이미 오래다.

다른 분야의 서브 문화와도 긴밀히 연관돼 있다. 타투의 대중화와 인기의 밑바탕에는 타투이스트(문신가)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다. 많은 논란 속에서 시작됐던 2014 국제 타투 컨벤션은 성황리에 마무리됐고, 크고 작은 전시회와 후원금 마련행사, 봉사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20대 여성들 사이 한글 타투 인기... 더이상 음지 문화 아니야


▲ 오윤 판화를 주제로 한 한국적인 타투

ⓒ 타투이스트월하


▲ 한글타투

ⓒ 타투이스트월하

많은 타투이스트들이 '불법시술'이라는 오명에 맞서는 동시에 타투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위생법을 공부하고 교류하기도 하고, 멸균기를 구비하는 등 위생적 시술에도 힘써 왔다. 또전통 문신인 이레즈미에 한정돼있던 기존 문신에서 탈피해 올드스쿨, 뉴스쿨, 치카노, 수채화타투, 일러스트 등 타투의 다양한 장르를 시도, 실현하고 있다. 더불어 자신의 개성을 담은 독자적 디자인을 추구하는 타투아티스트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가장 의미 있는 지점은 '한국적 타투'가 등장한 것이다. 내가 처음 타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한글 타투 문장하면 '차카게살자', '일심'처럼 조소거리로 다뤄지는 것들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한글캘리그라피를 직접 디자인하는 타투이스트가 있을 정도로 한글 타투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나 또한 타투를 시작한 이래 한국 전통을 담은 주제로 타투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5년 전만 해도 터부시됐던 한국적 주제들은 이제 일부러 찾아와서 주문할 정도로 발전했다.

날로 커지는 인기와 대중화에 비해 불법시술이라는 현실의 벽은 높기만하다. 타투가 의료 시술이라는 기준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면허증을 가진 사람만 타투 시술이 허용된다. 하지만 정작 타투를 원하는 사람들은 본인에게 맞는 타투이스트를 찾지, 병원 문을 두드리진 않는다. 현실적으로 타투이스트들처럼 몇 년씩 미술을 배우며 타투를 시술하려는 의사도 없다. 거의 모든 타투이스트들은 불법시술을 행하고 있는 셈이고, 그 사람들에게 시술받은 모든 사람들 또한 범법자로 취급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때마다 불시에 진행하는 마녀사냥식 타투 시술 단속은 대중들에게 타투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하는 동시에 재능있는 타투이스트들의 꿈을 포기하게 만든다. 불법의 굴레를 쓴 타투이스트의 약점을 이용해 문신시술을 받고도 신고를 하겠다며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이렇게 허술한 현행법은 예술가를 범죄자로, 타투를 받는 선량한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의사들만 타투 시술 가능한 모순... 정확한 업무 규정 마련해 양성화해야


▲ 오방색을 주제로 한 팔찌 라인 타투

ⓒ 타투이스트월하


▲ 해태, 기와지붕, 용면와를 주제로 한 한국적인 타투

ⓒ 타투이스트월하

나 또한 불법시술로 적발돼 법정에 선 경험이 있다. 범죄자 취급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재판을 받기 위해 준비한 100장이 넘는 자료와 탄원서들은 법 앞에서 그저 범죄자의 '옹알이'였을 뿐이었다. 다른 측면에선 합법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타투이스트도 상당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추진한 '신 직업육성 추진계획' 중 타투이스트가 그 대상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정작 타투이스트들의 저조한 참여로 무산된 바 있다.

이는 그간 합법화를 위한 많은 노력들이 허사가 된 데에 따른 무력감과 타투협회의 권력 집중에 대한 불신이 그 이유로 꼽힌다. 더불어 합법화 이후 물밀 듯 들어올 자본의 유입으로 정작 예술을 추구하는 타투이스트들의 노력이 뒷전으로 밀려 상업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이런 걱정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타투문화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합법화를 위한 과도기적 혼란은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타투의 합법화를 통해 소비자들에겐 올바른 위생 시설과 포트폴리오가 갖춰진 타투샵을 선택할 권리를 부여하고, 타투이스트에겐 면허 취득과 업무범위를 규정해 줘야 한다.

타투이스트에게 직무 준수사항과 위생관리에 대한 의무, 문신업의 신고와 폐업에 관한 사항 등을 명확하게 인식 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자격을 갖춘 제대로 된 타투이스트들이 단속의 두려움을 떨치고 양지로 나와 본인의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장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바란다.

타투이스트에 대한 편견도 수정될 필요가 있다. 가끔 타투를 작업하는 사람들은 거칠고 반항적인 성격에 전과를 가지고 있거나 저학력자가 대부분일 것이라는 편견을 마주할 때가 있다. 나와 내 주변 타투이스트들만 보더라도 타투이스트가 되기 전 유치원 교사였거나, 무대 미술가, 컴퓨터그래픽 종사자, 동양화를 전공한 학생 등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예술과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을 가지기도 했다.

타투이스트라는 사실과, 몸에 문신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모른 채 그들을 만난다면 아마 그런 편견을 시작부터 갖진 않을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이 사실을 간파하는 순간 색안경을 끼고 타투이스트를 바라본다. 나야 그런 일에 익숙해져 있지만 이런 시선들 때문에 상처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선 쿨하고 멋진 직업으로 인식돼 그런 편견이 조금씩 해소되고 있긴 하다. 우리 모두 당신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것. 누군가의 자녀이고, 배우자이고, 친구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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