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노키아, 표준결정 앞두고 신경전 치열
- 노키아 "애플 표준 결정되면 특허 철회" 으름장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차세대 스마트폰용 `가입자인증모듈(SIM)` 표준 선점을 놓고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들이 벌여온 전쟁의 최종 승자가 29일(현지시간) 결정된다. 애플과 노키아 진영 간의 싸움으로 압축되고 있는데 이날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의 표준안 투표를 앞두고 신경전이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차세대 SIM 표준 결정이 다가오면서 노키아 진영은 애플이 표준안을 선점하기 위해 불공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애플과 노키아 진영은 현재 사용되는 `마이크로(micro)-SIM`을 대체할 `나노(nano)-SIM` 표준을 놓고 경쟁을 벌여왔다. 나노-SIM은 스마트폰이나 휴대폰의 사용자 인증 장치로 현재 사용되는 SIM과 마이크로-SIM의 뒤를 잇는 차세대 버전.
최신 스마트폰인 애플 `아이폰4S`와 노키아의 `루미아` 등에는 마이크로-SIM이 탑재됐는데 나노-SIM은 이보다 크기가 3분의 1 작고 두께도 얇아 메모리나 배터리 공간을 더욱 확보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지금보다 한층 더 얇고 작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애플은 이 표준안을 ETSI에 신청했고, ETSI는 이날 프랑스에서 `스마트카드 플랫폼 총회(SCPP)`를 열어 차세대 SIM 표준안을 투표로 결정한다.
노키아가 제시한 SIM 표준안은 블랙베리를 만드는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과 구글이 인수를 추진 중인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지지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주에 유럽 내 계열사를 ETSI의 회원으로 등록해 표준 결정에 필요한 투표권 183개를 확보했다. 이는 노키아가 확보한 투표권보다 거의 두배. 이러자 노키아는 회원자격 유효성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헨리 티리 노키아 부사장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애플이 휴대폰 업계에 독자적인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표준화 선정 과정을 남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울러 ETSI는 확고한 원칙과 관행을 따르기보다 애플의 움직임을 그저 인정하려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키아는 50개의 SIM 관련 기술 특허를 갖고 있는데 만약 ETSI가 애플의 제안을 채택한다면 관련 특허의 라이센스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의 표준안이 승인될 경우 ETSI로부터 SIM 카드 관련 특허를 철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것. 이렇게 되면 다른 형태의 SIM 카드를 만들고 있는 제조사는 상관없겠지만 애플을 따르는 제조사들은 생산을 당장 중단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사용료를 받지 않는 SIM의 표준화를 추진할 때 제조사들에 비용 부담이 적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ETSI는 노키아가 사용료를 가지고 위협을 한 것과 관련해 공식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았고, 애플도 이날 ETSI 투표와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다.
임일곤 (igo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