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여성 앵커가 중국 쑨양더러 ‘약물 사기꾼’이라 부른 호주의 수영선수 맥 호튼 이야기를 전하던 중 말실수를 저질러 가뜩이나 불붙은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지난 9일(현지시간) 호주 뉴데일리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아만다 아베이트는 이날 오후 전파를 탄 채널7 올림픽 브리핑 프로그램에서 되돌릴 수 없는 말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최근 맥 호튼이 쑨양을 약물 사기꾼이라고 부른 것과 관련해 호튼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던 중이었다.
“호주 금메달리스트 맥 호튼이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그를 지지하기 위해 많은 유명인사들이 나섰습니다.”
아만다는 “호튼은 중국의 ‘사기꾼’ 중 하나인 쑨양을”이라더니 멈칫했다. 그리고는 “죄송합니다”라며 “중국의 스타 중 한명인 쑨양을 약물 사기꾼이라 부른 바 있습니다”라고 재빨리 멘트를 수정했다.
아만다는 방송이 끝난 후 자신의 트위터에 “아이고”라고 글을 올렸다. 자기 실수가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까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네티즌의 분노를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
한 네티즌은 “아만다는 아주 절묘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며 “괜찮은 연기였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만약 농담이라고 해도 전혀 재미없었다”며 “농담이 아니라면 아만다는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방송 진행은 늘 중립적이어야 한다”며 “개인 생각이 아무리 그래도 직접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반응을 보였다.
채널7은 앞선 6일 올림픽 순위 예상 프로그램에서 중국 오성홍기가 들어갈 자리에 칠레 국기가 자리한 방송사고를 내기도 했다.
이는 같은날 호주 수영선수 맥 호튼이 쑨양을 향해 남긴 발언과 맞물려 중국 네티즌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남자 400미터 자유형 결승에서 우승한 맥 호튼은 은메달을 딴 쑨양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호튼은 결승전을 앞두고 “약물 중독 선수들과 인사하거나 그들을 존중할 시간은 없다”고 말했다. 결승전에 같이 오른 중국의 쑨양을 두고 한 말이다.
쑨양은 2014년에 열린 중국 수영 선수권 대회에서 금지약물 ‘트리메타지딘’을 복용한 사실이 발각돼 3개월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결승전 종료 후, 호튼은 쑨양과 악수를 나눠 자신의 발언을 취소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양성반응을 나타냈으니까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같은 입장을 드러내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중국 수영당국이 호튼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호주 선수단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