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전액 삭감에도 재추진 태세
2010년 7월 심각한 재정난으로 판교 신도시 특별회계에서 전용한 5200억원을 갚을 수 없다며 모라토리엄(지급유예)까지 선언했던 경기도 성남시가 1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애완견 놀이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의회는 예산 낭비라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으나, 시는 ‘기회가 되면 다시 추진하겠다’는 자세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5일 성남시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시는 분당구청 맞은편에 있는 중앙공원 안 1500㎡ 터에 ‘애완견 놀이터’를 만들기로 했다. 시는 “애완견과 함께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개털이나 배설물 등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며 “다른 시민들의 불쾌감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애완견과 주인만의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애완견 놀이터 울타리 설치와 잔디 심는 비용, 휴식용 퍼걸러 설치 비용 등으로 9000만원, 선진국 개 놀이터 견학 등 비용으로 500만원 등 모두 9500만원의 추가경정예산 심의를 지난 1일 시의회에 신청했다.
그러나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예산 낭비에다 위화감 조성이 우려된다”며 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시의원들은 “어린이 놀이터 개보수 비용도 부족한 판에 개 놀이터 조성사업은 일단 거부감이 든다”며 “사람을 위한 사업 예산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사업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예결위는 “시민 정서에도 맞지 않고 사업 진행 시기도 아니다”며 “시민 여론을 수렴한 뒤 사업을 다시 추진하라”고 주문한 뒤 지난 4일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시 관계자는 “애완견을 단지 놀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애완견 관리에 의무를 부여하는 공간으로 구상한 것”이라며 “사설 놀이터와 선진국 사례 등을 수집한 뒤 여론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사업을 다시 추진해보겠다”고 말했다.
- 한거레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