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Watch] 영화 데이트에 5만원… "극장 가기 겁나요"

주말 관람료 1000원 인상에 팝콘·음료가격 마트의 3~4배

비싸도 너~무 비싼 극장물가 '남친 등골 브레이커' 코스로

취업 재수 끝에 올해 초 취업에 성공한 김동진(29)씨는 여자친구와 영화를 마음껏 보며 데이트를 즐기자고 마음 먹었다. 취업준비생 시절에는 각종 할인카드와 꼬박꼬박 모은 적립금으로 계산하고 할인혜택이나 조조할인이 되는 영화만 보여줘서 내심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할리우드 영화나 미드에서 보는 것처럼 한손에는 커다란 팝콘통을 끼고 한손으로는 여자친구 손을 잡고 영화를 보며 데이트를 즐기려던 소박한 꿈은 비싼 영화관 물가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더욱이 오늘부터 주말 관람료가 1,000원 올라 부담은 더 커졌다. 주말 아이맥스로 보면 1만8,000원이고 둘이 보면 3만6,000원이다. 3D 입체영화로 관람했던 '아바타'의 감동을 잊지 못해 '아바타 2'가 나오면 아이맥스로 보겠다고 마음 먹었던 김씨는 더 인상될지도 모르는 아이맥스 관람료가 벌써부터 부담스럽다. 일반영화를 본다 해도 2인 관람료만 2만원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인상된 관람료 때문만이 아니다. 유난히 비싼 '영화관 물가'에도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영화관 안에서 파는 음료ㆍ팝콘 등이 외부의 인터넷몰ㆍ마트보다 최고 3~4배 비싸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모영화관에서 비타민음료는 2,500원, 미네랄워터는 2,000원, 헛개음료는 2,500원 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에서는 비타민워터 1,700원, 미네랄워터 1,200원, 헛개음료가 1,300원이다. 인터넷 오픈마켓인 G마켓에서는 더 싸다. 특히 헛개음료는 850원으로 영화관 판매가격의 약 3분의1에 불과했다.

팝콘 가격도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L사이즈(110g)가 극장에서는 5,000원인 반면 마트에서는 100g이 1,176원, 온라인 오픈마켓에서는 100g이 1,180원이다. 나초는 영화관에서 96g이 3,500원, 마트에서는 100g이 990원, 오픈마켓에서는 100g이 665원이다.

그러다 보니 팝콘이나 나초ㆍ음료 등으로 구성된 콤보세트 중 가장 싼 것이 9,500원이고 비싼 것은 2만원에 육박한다. 간단한 간식과 함께 영화 한편 보는 데이트 비용이 5만원이나 되는 셈이다.

한국 커플의 데이트코스가 '밥 먹고 영화 보고 차 마시고' '영화 보고 밥 먹고 차 마시고'라는데 이건 정말 '등골 브레이커' 코스이자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이다. 김씨는 데이트 비용 때문에 연애를 포기했다는 초식남 후배들이 떠오르며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 같아 이번주 말이 더욱 우울하다.

관람객들은 일반적으로 영화관에 음식을 사서 들어가지 못한다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공정위는 지난 2008년 극장 내 외부음식 반입을 허용하도록 시정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를 영화관 측에서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다 보니 외부음식은 반입할 수 없고 비싸도 영화관 매점을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을 뿐이다.

인터넷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