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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진단] 10만원 부조금, 우리 수준에 맞는가?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3.07일 09:57
재한 동포사회 결혼, 생일잔치 부조문화실태 점검

  중한수교를 전후하여 국문이 열리며 고국 행 대열에 들어선 조선족들 가운데 돈을 벌어 자녀를 출세시키고 윤택한 살림을 영위하려는 꿈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식당에서, 현장에서 또는 가정부로 힘들게 일하며 돈을 벌고 있으나 수준을 벗어난 부조관행이 날로 팽창하여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안겨지고 있다.

  재한 동포사회의 '부조' 실태를 파헤치는 동시 소비의식전환, 올바른 부조문화선양에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탐색하고자 특별진단 기사를 펴내니 동포사회전반의 관심을 기대한다. /편집자



  한국인 결혼식 부조 기본이 3만~5만원, 중국동포는 10만원

  월세, 전기, 가스, 수도, 휴대폰비용 합쳐 월급의 70% 지출

  10년 되도록 주머니가 텅 비어 아파트 한 채 못 사는 사람들

  20년 전 중국과 한국의 노임격차 10배~15배, 돈벌이도 쉬워

  요즘은 노임격차 3~4배 정도, 부동산 비롯한 모든 물가 껑충

  (흑룡강신문=서울) 김명환 특파원 = "정말 힘들어 죽을 지경입니다. 일요일은 거의 쉬지 못하고 끌려 다녀야 하니 말입니다. 지난달엔 결혼식, 회갑잔치에만 70만원 나갔습니다. 매달 30만~40만원은 기본이구요."

  지난 12월 중순의 오후, 서울의 어느 행사장에서 만난 박씨 남성(62, 길림성 영길현)의 하소연. 서울 외곽 어느 농장에서 일한다는 그는 어떤 일요일은 청첩장이 두 통씩 날아들어 내외가 각기 출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동포들이 모인 장소면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얘기지만 또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수용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다.

영등포구 대림동 모 식당에서 펼친 동포 회갑연

  주머니가 텅 빈 사람들

  경북 대구의 모 회사에 근무하는 김씨(54)는 지난 90년대부터 한국행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하다 3년 전 방문취업비자로 부부 동반하여 고국 땅을 밟는 행운이 차례졌다. 그런데 지난 해 3월 아들(27)이 동포기술교육비자(C-3)로 들어와 학원연수를 마치고 12월 취직하여 한 달 만에 음주폭행을 저질렀다. 대방은 입원치료를 받게 되자 합의조건으로 300만원 지급을 제안했으나 100만원도 낼 형편이 못되어 결국 경찰에 고소당하여 강제출국하게 되었다.

  아들이 중국에 들어가도 당장 형편이 어려워 돈을 좀 보내려 했지만 여기저기 친구들과 며칠간 연계를 달아 겨우 20만원을 변통했단다.

  김 씨의 말이, 아내는 서울의 식당에서, 자신은 대구의 자그마한 회사에 근무하는데 서울에서 결혼식이나 손자, 손녀 돌잔치에 부르면 거의 빠짐없이 온다고 했다. 부조에 왕복교통비, 거기에 2차,3차까지 치르고 나면 매번 20만원이 더 나간다고 했다. 아내도 어느 모임이든 뒤질세라 얼굴을 비치는 성미란다. 하지만 이들의 주머니가 비었다는 사실을 알고 유사시 누구도 돈을 꿔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기보다 여러 해 먼저 나왔어도 동아리를 무어 먹고 마시는 친구들의 사정은 어슷비슷하다고 한다.

  2007년12월, 방문취업비자로 들어와 경기도 화성시 한 제조업체에 근무하다 3년 만에 체류자격이 F-4로 변경됐다는 박모 여성(55). 중국에서 이혼하며 데리고 키운 아들이 고중을 마치자 천진의 모 회사에 취직시켰다. 몇 해 후 아들이 타민족 처녀와 사귀다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림을 시작하였다. 학력이 낮다보니 회사서 월급도 변변치 않은데다 얼마 후 딸애가 생기자 형편이 어려워져 요녕의 모 소도시에 있는 처갓집에 가서 신세를 지고 있단다. 박모가 한국에 나올 때는 우선 3년 내 아들에게 집을 하나 마련해줄 타산이었으나 그 목적을 이루기가 막연하다고 한다.

  체면에 못 이겨 고향사람, 친구들의 모임에 거의 다니다보니 돈은 버는 족족 나가고 설상가상으로 먼 친척이 300만원 꿔서 중국에 들어간 후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타민족 처가살이를 하는 아들의 신세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지난여름부터 남들이 뭐라고 하던 모임엔 일절 발길을 끊고 휴일에도 일당을 다닌다고 했다.

  "결혼식의 10만원 부조도 버거운데 잦은 생일파티도 10만원을 내야 하니 감당하기 어렵지요. 고향친구에 한국에서 사귄 동료들까지 요즘은 동아리가 30~40명으로 늘어 한 달에 두 번 세 번 치르고 있느니 정말 전화 받기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흑룡강의 목단강시 산하 어느 마을에서 왔다는 김씨(54)의 얘기다. 생일모임도 보통 자정이 넘도록 2차,3차를 거치며 체력을 소진하다 보니 하루쯤은 쉬어야 그 다음날 현장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비록 일당이 좀 높은 편이지만, 사흘이 멀다하게 술자리를 벌이다 보니 실소득은 가정부나 식당서빙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중국동포 밀집지역인 대림동, 남구로, 신도림 일대서 일요일이면 40~50대 지어는 60대에 이르기까지 떼를 지어 식당을 출입하고 길거리서 ‘2차, 3차’하고 떠들어대며 끌고 당기는 풍경이 저녁 늦게까지 연출되고 있다.

  "저희는 자그마한 가게라도 운영하다보니 10만원이 큰 부담은 안 되지만 현장, 식장에 다니며 한 달에 서너 번 이런 모임을 갖는 동포들을 보면 어떻게 생활하는지 걱정이 됩니다. 월세, 전기, 가스, 수도요금에 휴대폰비용 등을 합치면 월급의 70%가 나간다고 합니다."

  한국인 남편과 가정을 이루어 현재 부부가 손잡고 대림동, 가리봉일대에 휴대폰 가게를 여러 개 운영하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도 열성을 보이고 있는 북경전화국 김애란대표(연변 훈춘)는 오늘의 동포사회 과소비경향에 대해 짙은 우려를 표했다.

폼 잡기보다 먼저 제 노릇을 해야

  "저도 10년 전 중국에 직장을 두고 유학명목으로 한국에 와서 회사에 다녔습니다. 1년이 넘도록 잦은 술판에 불려 다녔지요. 어느 날 저녁, 녹초가 되어 휘청대다 동네공원의 벤치에 곯아떨어졌는데 깨고 보니 등록증, 은행카드, 10여만 원 현금이 들어있는 지갑과 휴대폰이 온 데 간 데 없었습니다. 이튿날 저는 이대로 나가다간 인생을 망칠 것 같아 정신을 차리자고 스스로 깊이 반성을 하였습니다. 휴대폰번호를 변경하여 모든 거래를 끊고 회사에 다니며 3년간 허리띠를 졸라매고 돈을 모았습니다. 그 밑천으로 돌아와 복직하고 장가도 들고 할부로 아파트도 샀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는 힘들게 번 돈을 흥청망청 쓰는 중국동포들이 너무 많습니다."

  지난해 10월 공무로 서울에 왔다는 40대 중반 강씨 남성의 얘기다.

  중국 연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내와 함께 한국에 온지 15년 된다는 한씨(62). 오래 동안 결혼, 생일 집에 거의 발길을 끊었다고 했다. 우선 돈을 벌기가 힘들고 번마다 5만~10만원씩 내는 모임이 사람을 고달프게 하고 정력을 소모하여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은 친구들이 ‘인색하다느니 뭐니’ 하며 핀잔을 주다가 나중엔 체념하고 연락을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장사집이나 친구들이 입원한 경우는 빠짐없이 찾아간다고 했다.

  그동안 한씨 내외는 자녀의 명문대 뒷바라지를 해주었다. 아들은 졸업 후 대도시에 취직시키고 딸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해 우월한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부부는 연해도시에 번듯한 아파트도 마련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인정에 좀 어두운 사람 같지만 주머니가 텅비어가지고 폼을 잡는 사람, 가정과 자녀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하는 남자들에 비해선 배울 바가 훨씬 많은 것 같다.

백악관 웨딩홀에서 진행한 혼례식에 참가하고 나오는 동포들.

  흑룡강성 하얼빈에서 직장생활하다 퇴직하고 지난해 3월 아내와 함께 한국에 왔다는 김씨(58)는 서울에 친구들이 많았으나 연계를 않고 현장일을 시작하였다. 연령에 비해 몸이 탄탄한 편이고 눈썰미가 좋아 하는 일에 쉽게 적응하다 보니 1년도 안 되는 사이 1300만원 모았다고 했다. 김씨 내외는 외동아들이 일본유학을 다녀와 가정을 이루고 현재 대우가 월등한 남방의 항공사에 취직하여 아무런 부담이 없지만, 돈을 벌어 만년에 유람도 다니며 인생을 즐기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여기 와서 무턱대고 술 마시며 허세를 부릴 것 같으면 차라리 중국에 눌러 붙어 있는 편이 낫지 무엇 때문에 고생을 하겠습니까?"하며 일가견을 피력하는 김씨다.

  지난해 5월, 연변 왕청에서 방문취업비자로 들어 온지 1년이 거의 된다는 40대 후반의 남성이 지방회사를 가겠으니 아는 곳을 알선해 달라고 찾아왔다. 사연을 물은즉 서울엔 먹자주의가 심해 돈을 모으기 힘들고, 또 이런 식으로 살다간 5년이 아니라 10년이 지나도 중국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학 2학년을 다니는 아들, 다음해 대합입시를 준비하는 딸애까지 있어 부담이 만만찮다고 했다.

  동포들 모임에서, 부모로서 자녀에 대해 응분의 역할이나 책임을 했다면 자녀들도 그만큼 효도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자녀들 불평이 늘어간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유학이나 결혼 등 인생대사가 닥칠 때마다 자연히 여느 집 부모들과 서로 비교를 하게 되니 말이다.

본연의 순수한 전통은 퇴색하고

  부조란 워낙 서로 간 자그마한 도움을 주며 성의를 표하는 행동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늘에 와선 우리 부조문화는 본연의 순수한 전통이 날로 퇴색하고 있는 듯하다.

  연변의 모 지방에 사는 오씨(50대)는 자영업을 하며 한국에 자주 다닌다. 사회 교제를 즐기고 평소 베풀기를 잘하며 두 딸도 여러해 전 서울에 취직시켰다.

  2009년 신길동의 백악관웨딩홀에서 큰딸 결혼식을 올려 300여명 하객이 모였는데, 들어온 부조금이 자그마치 3400만원. 친구는 주요 손님을 2차,3차까지 초대했으나 1500여만 원이 남았다고 자랑삼아 얘기했다.

  2011년 6월 둘째딸 결혼식을 여전히 같은 장소에서 치렀다. 그런데 처음과 같이 청첩장을 돌렸으나 이번에는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웬만한 사람은 두 번씩 부조가 버거워 그만두었다는 판단이다.

  "현재 이곳에 우리 마을 사람만 200여명 됩니다. 그중엔 근 20년 되는 사람도 여럿이 되구요. 이러다 보니 결혼, 생일 모임이 그칠 새 없습니다. 그뿐입니까? 어떤 사람은 한두 번 만나 수인사를 나누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결혼식에 참가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옵니다."

  흑룡강의 어느 촌에서 왔다는 50대 여성이 들려준 이야기다.

  한국에 나온 지 7년이 된다는 이들 부부는 그동안 남편과 함께 지출한 부조금을 대충 계산했더니 천만 원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네는 하나뿐인 딸자식이 이미 중국에서 타민족과 결혼한 지 여러 해 되며, 부조금을 돌려받겠다고 무슨 명목을 만들기도 멋쩍은 일이라며 한탄했다.

신길동 모 혼례식장에 중국동포 손님이 밀려들고 있다.

  한국에 온지 3년이 되는 김씨(59) 남성은 지난해 8월 난데없는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소학교 동창생 아무개라고 했으나 고향을 떠난 지 40여년 되는 김씨는 일순간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 건성으로 대답했다. 대방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하는 문안도 한 마디 없이 아들이 어느 날 결혼식을 올리니 꼭 참석해달라고 재삼 당부했다고 한다.

  서로 만나 어려웠던 시절을 추억하기보다 무작정 ‘부조를 하라’는 식의 전화에 김씨는 허구픈 웃음이 절로 나왔다고 한다.

  서울의 모 회사에 다니는 이모 여성. 지난해 어느 모임에서 친구의 친구를 소개받았다. 그런데 한 달 후 지방도시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친구의 친구’로부터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한번 만난 사람이라 머릿속에 이름조차 아리송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친구한테 물었단다.

  ‘사람은 가지 않아도 괜찮으니 자기면목을 봐서라도 20만원, 아니면 최저 10만원은 보내줘라’는 친구의 대답. 결국 이모는 5만원을 입금시키는데 그쳤으나 머릿속에 야릇한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상기와 같이 자손의 결혼식, 돌잔치 그리고 회갑을 치르고 나서 800만~1000만원이 남았다는 얘기를 가끔 듣게 된다. 물론 적지 않게는 자기도 그만큼 베풀었을 것이고, 또한 엎음 갚음이라고 장차 베풀 준비가 되어있겠지만 일단 ‘소득’에 연연해하는 심리를 다분히 내비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결혼식 부조가 기본적으로 3만~5만원입니다. 물론 아주 친한 사이라면 10만, 20만원을 내기도 하지만 특수한 경우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소득이 우리보다 적고 또 대부분 월세방에 사는 중국동포들이 결혼식 부조기준이 10만원이라니 놀라운 일입니다. 하객이란 결혼 당사자를 축복해주고 돈독한 우의를 나누며 행사의 분위기를 더해 주러 오는 것이지 이를 통해 얼마라도 챙기려 한다면 순수한 의미가 흐려질 수밖에 없지요."

  요즘 보험관련업무로 동포사회, 단체와 자주 연계를 갖고 있는 삼성화재 미래로대리점 이병식 대표(64)는 우리의 부조관행에 일침을 놓았다.

  불법체류자가 많았던 시절 중국동포들은 결혼식, 회갑연도 일반 식당에서 조촐하게 치렀으나 요즘은 대부분이 합법체류자격이고 소비차원도 올라 대부분 뷔페음식이 제공되는 예식장을 선호한다. 지하철 신풍역 부근 백악관 웨딩홀의 예식장에 일요일이면 중국동포결혼식이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간대별 예약되는데 하루에 적어도 3~4 건, 많을 때는 7~8 건 된다고 한다. 이런 장소엔 한집에 보통 200명 혹은 그 이상 하객이 모이며 식사에 음료, 주류까지 합치면 일인당 적어도 3만 원 이상 소비하게 된다. 그러니 동포들이 일요일 하루만 이런 곳에서 적게는 2000만원, 많게는 5천만~6천만 원 소비하며 1년이면 10억~20억으로 계산되는 숫자이다. 동포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형 음식점이나 웨딩홀이 서울과 수도권지역에 10여 곳 된다고 한다.

  "동포들이 한국에 와서 힘들게 일하지만 버는 돈이 절반이상 음식점, 노래방, 호프집으로 흘러들고 있습니다. 5년~10년이 되어도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중국에 아파트 한 채 사지 못하는 사람이 허다합니다. 이런 체면치례, 먹자주의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어느 날 귀국해도 우리는 가련한 신세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20년 전 중국과 한국의 노임격차가 10배,15배였다면 요즘은 3~4배 정도이고 그 격차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면 부동산을 비롯하여 중국의 물가는 엄청 뛰고 있으니 우리가 정신을 차리지 않아서야 되겟습니까."

  흑룡강성 계동에서 왔다는 60대 초반이 남성, 비록 농민출신이고 현재 아내와 함께 어느 농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동포사회 기형적인 부조문화실태와 과소비 성향에 짙은 위기의식을 내비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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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70전이있을때; 우리들은 흔히 고까짓걸하지만 한족분들은 30전을 더 보태면 1원인걸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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