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리다오쿠이 칭화대학 교수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의 새 지도부가 지난 400년 간 무수한 격변속에서도 사회 안정을 유지해온 '영국모델'을 학습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겸 칭화(清华)대학 교수인 리다오쿠이(李稻葵)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라프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현 중국 지도부는 영국의 과거 400년 간에 걸친 정치 변화를 연구하면서 영국과 프랑스의 차이점 분석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 400년 동안 미국과의 전쟁, 프랑스와의 전쟁, 독일과의 두 차례 전쟁을 통해 대영제국이 흥망하고 쇠락하는 등 엄청난 격변을 겪으면서도 보통선거를 실시하고 사회를 안정시켰으며 정치 구조를 유지했다.
리 교수는 영국의 이같은 성과의 이유에 대해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때가 되면 자발적으로 개혁을 단행하는 정치적 결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리 교수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프랑스 철학가이자 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이 대표작인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 혁명'에서 "개혁을 하지 않으면 최종엔 혁명이 온다"고 주장한 데 대해 공감하고 '영국모델'이 프랑스의 경혐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고 있다.
리 교수는 "중국도 적기에 개혁을 하지 않으면 그 같은 엄중한 국면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중국 학계에서는 폭력적인 혁명을 비판한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보수주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며 "학자들은 버크가 폭력 혁명을 비판하면서 적기에 변혁을 하되 통제 아래 이뤄져야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 데 주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刘晓波)와 그가 주도한 2008년의 '인권헌장' 서명자들은 '버크파'라며 "버크 이론이 질서와 화해를 주장하는 점에서 공자 사상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리 교수는 "중국이 근·현대들어 왕조를 붕괴시킨 신해혁명(1911년)을 시작으로 항일운동이자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인 5·4운동(1919년), 중국 대륙을 통일한 공산당 혁명(1949년), 문화대혁명 등 무수한 격변 과정에서 '혁명 피로' 현상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시라이(薄熙来) 전 충칭시(重庆市) 당서기가 인민을 경악하게 한 원인은 "그가 마오쩌둥(毛泽东)의 부단한 혁명 사상을 견지해 과거의 공포를 회상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리 교수는 "시진핑 정권이 올해 안에 산아 제한 정책인 '한 가구 한 자녀' 정책과 거주지를 제한한 후커우(戶口) 정책 등에 대한 개혁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후진타오(胡锦涛) 전 국가주석의 정권은 경제 위기 극복에 주력하느라고 제도 개혁에는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리 교수는 "중국이 질서를 유지하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