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차예지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블룸버그

일본이 아프리카 지역에서 외교적·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거액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가 이 지역에서 중국 등보다 뒤늦은 자원 개발과 신흥 시장 개척을 위해 대규모 기금 지원을 약속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2일 아베 총리는 아르만도 게부자 모잠비크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향후 5년간 모잠비크에 총 700억 엔의 정부개발원조(ODA)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양국은 액화천연가스(LNG)나 석탄 등 자원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모잠비크 내 자원 개발이 모잠비크의 경제 발전과 일본의 에너지 확보에 중요하다는 인식을 확인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모잠비크에 앞서 들린 코트디부아르에도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우면서 약 8400만달러(900억원)의 원조 계획을 밝혔다.

'적극적 평화주의'란 일본 헌법의 평화주의 기조를 견지하며 세계평화와 안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한다는 취지로 선제공격권 확보를 위한 개념이라는 분석이 있다.

지난해 일본은 향후 5년 동안 아프리카에 300억달러 규모의 원조를 약속하는 등 아프리카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경제적인 원조를 통해 아프리카의 자원을 확보하고 일본 기업의 진출을 위한 협력 기반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총리의 아프리카 방문은 8년 만이다. 아베 총리는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후 한달에 한번 꼴로 해외 순방을 떠나 전임 총리보다 왕성한 외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데이비드 신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의 순방이 "일본이 중국, 인도, 한국, 터키 등에게 아프리카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인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쓰이 물산이 모잠비크의 세계 최대급의 천연가스전 개발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이미 아프리카 투자에 나섰다. 스미토모와 미쓰비시도 이 지역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의 아프리카 자원 투자 증가는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균형을 잡게 해줄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최근 몇년간 아프리카에서는 중국이 자원을 빼가고 상품 시장으로 삼으며 유럽처럼 식민지화하고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일본의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신중한 전망을 하고 있다. 중국의 대아프리카 투자액은 2012년에 1800억달러로 일본의 250억달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베 총리는 이번 아프리카 순방길에 오만, 코트디부아르, 모잠비크를 잇따라 방문했으며 에티오피아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후 귀국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에는 미쓰이 물산, 미쓰비시 상사, 마루베니, 신일철주금 등 30여 개 기업과 대학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을 6%로 전망하고 있다.

차예지기자 sageof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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