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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의 판도라 상자, 김정은은 열 것인가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04.08일 15:31

2년 전 4월 13일 평양 만수대언덕에서 열린 김정일 동상 제막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던 김정은(오른쪽)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고 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이영호 총참모장(왼쪽에서 두 번째)은 숙청돼 기록이 말살됐고, 다시 3개월 뒤 김정각 인민무력부장(왼쪽)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으로 옮겨갔다. 최룡해 총정치국장만이 현재 김정은 옆에 남았다. 동아일보DB


기원전 알렉산더 대왕은 “매듭을 푸는 자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예언이 걸린, 누구도 풀지 못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그러곤 매듭에 묶여있던 전차를 몰고 세계를 정복했다.

김정은도 그랬다. 누구도 죽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장성택을 전광석화로 처형했다. 장성택이란 매듭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단단하게 얽혀있던 끈들이 한칼에 끊어져 버렸다. 하지만 장의 매듭엔 마차가 묶여있지 않았다. 대신 매듭이 끊긴 자리에 남은 것은 40년 동안 권력의 중심에서 왕재상으로 군림했던 장이 그동안 간부들을 관리한 기록이 담겼을 ‘블랙박스’였다. 김정은은 블랙박스 열기를 잠시 유보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끊긴 끈부터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장성택 연관자는 단호하게 숙청하라.”

김일성 생일인 이달 15일 태양절이 숙청 마감일이다.

김정은의 지시에 흑기사 당 조직지도부와 보위부가 큰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피가 튀었다. 최소 수천 명이 직접적인 숙청을 당했고 가족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우연히 행정부에 발령받았단 이유로 전국의 수천 명 당 간부들은 농촌과 광산에 노동자로 끌려갔고 복권 가능성도 영영 없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살벌한 숙청 상황은 외부에 자세히 중계되지 않고 있다. 외부에서 모르기만 하면 10만 명도 숙청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한 김정은은 비밀이 새지 못하게 사상 최대의 정보 봉쇄를 함께 단행했다. 올 초 외국에서 급히 공수된 수많은 최신 전파탐지기들이 국경 일대 산과 골짜기를 물샐틈없이 누비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수십 리를 걸어 먼 산에 오르면 수십 분은 통화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휴대전화를 갖고 이동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한국과 3분 이상 통화하기도 힘들다. 신형 탐지기로 위치를 확보한 보위부가 어느새 그 지역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4개월이 흘러가 어느덧 15일이 코앞에 다가왔다. 지금까지 북한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북한 소식통의 증언을 종합하면 그 윤곽이 대략 드러난다.

장성택의 숙청 사유는 “탐욕스러운 데다 더 놔두면 주인을 해칠 수도 있는 위험한 곰”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때려잡았으니 해칠 위험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죽은 몸뚱이를 뜯어 나누는 것뿐이다.

이는 우리가 왕조 시대에 보았던 역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거물을 역적으로 처형하면 그 뒤에 벌어지는 것은 전리품 다툼이다. 공신들은 역적의 여자들까지 전리품으로 나누었다.

장성택 숙청 이후 가죽과 웅담에 비유할 수 있는 값진 것은 김정은이 가졌지만 남은 고기를 놓고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보위부가 서로 더 뜯어가겠다고 으르렁거리는 형국이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군부이다. 권력의 핵심에서 수십 년을 보내 이런 광경이 익숙한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한발 물러서 겸양지덕의 신공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오겠냐”며 극성을 부리는 부하들 때문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이권을 나눠주면 먹는 식이다. 욕심 부려 많이 먹은 자들치고 오래 못 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물론 최룡해는 현재 실권이 크게 없기도 하다. 한국에선 그를 북한의 2인자로 보고 있지만, 실제 북한에서 최룡해의 실권은 조직지도부와 보위부에 한참 못 미친다. 권력에 반비례해 최룡해의 안전지수는 높아진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숨겨놓은 장의 재산이다. 그가 해외에 숨겨놓았을 막대한 달러는 먼저 찾는 자가 임자다. 공신들은 장의 해외 심복들을 소환해 주리를 틀고 있다. 줄다리기와 흥정으로 신경전이 팽팽하다. 끝까지 불지 않으면 자기 돈이 되지만 대신 목숨은 장담 못한다. 칼날 앞에서 “장의 장부를 주고 목숨을 얻느냐, 아니면 버티느냐”를 따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4개월을 보낸 북한의 장성택 일당 숙청 작업은 죽일 놈, 유배 보낼 놈, 살릴 놈으로 거의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성격이 급한 김정은은 다음 차례로 장성택의 블랙박스를 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은 사람은 김정은밖엔 없을 것 같다. 북한에서 장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울 고위층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장에게 칼을 휘둘렀던 공신들도 마찬가지다. 장성택은 1990년대 말 조직지도부 1부부장을 지냈고 처형되기 전 10년은 보위부를 통솔하는 행정부장이었다. 최룡해와 장의 인연은 매우 오래되고 깊다. 상자가 열리면 조직지도부 조연준 황병서 부부장, 보위부의 김원홍 부장을 포함해 누구도 안전을 장담키 어렵다. 이들은 속으로 김정은을 향해 “여기까지만”을 외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성격으로 보아 찜찜함을 남기고 여기서 멈춰 설 것 같지는 않다. 누구도 믿지 못해 어린 여동생 김여정을 최근 측근에 둔 것만 봐도 그렇다. 판도라 상자를 연다면 아무 때나 누구든지 쳐낼 수 있는 무기도 얻게 된다. 김정은이 블랙박스에 손을 댄다면 누구보다 장의 비밀을 가장 많이 알고 있을 김원홍 부장이 제일 위험해 보인다. 동료 공신인 조직지도부와 군부에 있어서도 김원홍은 자신들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위험인물이다. 지금 고기를 챙겨 넣기에 바쁜 김원홍을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그 스스로도 만인의 적이 될 것이란 점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알렉산더는 지혜와 인내로 풀라는 매듭의 예언을 무시하고 잘라버리는 길을 택했다. 그 과격하고도 조급한 성격 때문이었을까. 그는 세상은 얻었을지언정 젊은 나이에 요절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얻었던 천하도 죽음과 함께 분열됐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방식으로 장을 한칼에 베어버린 김정은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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