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빈) 리호원
유언을 웅얼거리며 태어난 운명은
사색의 뒷간을 50년 웃겼습니다
생명이라 하기엔 애처로웠고
시체라 해명하기엔 너무 끔찍스러웠습니다
유언했으면 확실히 죽어가고 있는 상태일까요
자신을 훔쳐보는 섬뜩한 생각입니다
왁! 하고 짐승같은 앙탈이라도 질렀야 했는데
두려움은 태고의 울음을 거절해버렸습니다
엄니는 죄서러운 분만에 자책하는듯 합니다
아버지는 미안하다며 부득히 승천하셨습니다
웅얼거림이란 일종의 짜릿한 웨침일텐데
호흡은 너무나 무거운 유언이였습니다
사랑에 대한 기울어진 변명
무릇 무엇을 무엇에 은밀히 밀착시키는 것을 사랑이라 부르고 싶어요 그러면 우리는 금방 사랑과 친숙해지고 유열(愉悦)과 더불어 리얼하고도 추상적인 사랑을 지켜보는 기분이네요
타이타닉을 기억하시나요 차가운 앞 세기의 얼음 바다를 밀착한 그 타이타닉을요 보이지 않는 어떤 검은 손에 밤바다의 미스터리를 밀착한 뒤틀어진MH370항공기의 이야기를 아시나요 그들의 밀착을 처참한 사랑이라 부르면 세상의 욕이 될까요 모든 은밀한 밀착을 기쁜 사랑이라고 부르는것도 한계가 있는거 같네요 이제는 바다와의 밀착은 미루고 싶어요 뭍으로 올라가고 싶네요
리얼하고 로맨틱한 사랑은 항상 영화로 남기고 싶은것이죠 자신이 직접 해보고싶은 충동같은 밀착이지요 100년 전 하얼빈에 화려한 이토의 황천밀착을 연출한 도마 안중근을 기억하시나요 홍구공원에서 패스티벌의 폭탄을 <황군>에 밀착시켰던 윤봉길을 기억하시나요 이것도 우리의 사랑이라는 뒷늦은 깨우침의 밀착에 미안한듯 하네요
육십여년전 반도 깊숙히 이데올로기들의 뼈저린 밀착은 어떤 사랑이라고 명칭해야 하나요 가슴을 펑 뚫어놓은 이 아픔을 사랑이라 호칭하기엔 너무너무 죄스러워요 사랑에 쓰러지고 밀착에 죽어버린 우리지만 아직도 그 어떤 사랑이 그리워 외우고 외우고 있네요
햇볕이 따사로운 오늘 나는 한떨기 무궁화를 밀착하며 세계지도를 지켜보고 있어요 대포로 그려진 <아름다운> 국경선들이 서로 엉퀴며 밀착되어 있네요 이것도 테크닉 좋은 사랑이라 상상하니 가슴이 울렁거려요 심장이 콩콩거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