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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이주민이 보는 한국촛불시위와 다이내믹 코리아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11.22일 09:12
<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이주민이 보는 촛불과 다이내믹 코리아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촛불집회의 참가자들이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지난달 말부터 4주째 토요일마다 서울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우는 군중 가운 데는 외국인도 간간이 섞여 있다. 푸른 눈의 서양인이나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도 있고, 히잡을 쓴 중동 여인도 눈에 띈다. 이들 대부분은 대열에서 조금 떨어져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집회와 시위를 지켜보는 것에 그치지만 일부는 함께 촛불을 들고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주한 외국인과 귀화인들은 이른바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어떻게 보고 있고, '100만 군중'이 모여 촛불을 밝히는 모습에 무엇을 느꼈을까.

"처음에는 실망했습니다. 한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 면에서도 몽골보다 훨씬 앞선 나라라고 여겼는데 부패와 비리가 적지 않고 이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까요. 그래도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는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몽골에서도 대통령과 측근의 문제가 드러났을 때 과연 한국처럼 100만 군중이 촛불을 들고 모일 수 있을지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한국 국민의 애국심과 열정에 놀랐습니다. 이번 사태가 하루빨리 국민의 뜻에 맞는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정치 혼란은 경제 불안이나 외교 공백 등으로 이어져 이웃 나라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또 아시아의 많은 나라는 한국을 보고 배우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불행하게 마무리되면 이웃 나라 국민에게도 절망감을 줄 겁니다."(푸레브수렝 마잉바야르 주한몽골여성회 사무국장, 35·여)

"이 나라의 선거권을 갖고 있지 않고, 이번 사태의 자세한 정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에 관해 논평할 생각은 없습니다. 더욱이 제가 살던 영국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찬성'이라는 말도 안 되는 국민투표 결과가 나왔으니 할 말이 없죠.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당선되는 등 온 세상이 이상해지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나선 것에는 개인적으로 찬성합니다. 10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데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라는 말을 실감합니다."(폴 카버 서울글로벌센터장, 40·남)

"뉴스를 보고 허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외국인인 제가 정치에 참견할 생각은 없지만 이 나라에 사는 만큼 무관심할 수는 없더군요. 처음에는 돈을 벌어 돌아가려고 생각했다가 이곳과 이곳 사람이 마음에 들어 귀화하려고 법무부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중입니다. 제가 한국 국민이 되기를 바라는데 한국이 잘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국 국민이 더는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 슈리, 33·남)

"모두가 함께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광화문광장에는 이르지 못하고 종로3가에서 시위대의 행렬을 지켜보았죠. 최순실 씨라는 인물이 박근혜 대통령을 업고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평화적인 방식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잘 해결될 수 있으리라 믿어요."(몽골 출신 유학생 몽근돌 씨, 40·여)

"2014년 국적을 취득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마디로 안타깝습니다. 제가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데 두 달째 중국 출장을 가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 정치 상황에 관해 물어보면 대답하기 난감하더군요. 얼굴 대하기가 창피해 한동안 중국 사람을 안 만날 생각입니다. 우리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러려고 국적을 취득했는지 자괴감이 든다"는 푸념이 나옵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동포가 아들 국적도 함께 바꿨는데 아들은 군대도 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나라가 엉망이면 안 되잖아요. 중국 국적의 동포 역시 마음은 똑같습니다.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 안에 들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품고 살아왔고, 모국의 피붙이들과 함께 살며 돈도 벌겠다는 마음에 한국으로 건너왔는데,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으니 속상하죠. 그래도 시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뭔지 실감하며 희망을 발견합니다. 중국에서는 정치 문제는 정치권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데, 한국에서는 다르더군요. 다소 진통이 있더라도 한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하려면 곪은 곳을 도려내야죠."(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협회 회장, 39·남)

제3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슈퍼맨 차림의 외국인이 태극기를 들고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한국을 보는 외국인들의 눈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한 계기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TV 화면에 비친 한국은 그때까지 알고 있던 극동의 작은 분단국이 아니라 경제성장 신화를 쓰고 있는 활기찬 나라였다. 1993년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산업화와 민주화 두마리 토끼를 잡은데 이어 1996년 선진국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자 한국은 일약 제3세계의 롤모델로 떠올랐다. 이때를 즈음해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으로 향하는 외국인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도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한국에서 공부하거나 일자리를 찾으려는 젊은이가 줄을 이어 올 들어 주한 외국인이 200만 명을 넘어섰고 외국인 유학생은 10만 명을 돌파했다. 2014년 자격 요건을 강화하지 않았다면 결혼이주여성도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들 눈에 한국이 매력적인 나라로 비친 것이다.

그러나 연일 터져 나오고 있는 대통령 관련 의혹들은 우리로 하여금 주변 외국인이나 귀화자들을 대하기가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외국에서도 선망과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자랑스러운 조국이 조롱과 연민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는 평화롭게 진행되는 100만 촛불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며 희망을 찾는다. 국내의 외국인이나 귀화자들도 처음 뉴스를 보며 품었던 실망감을 감추고, 기대에 찬 표정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에게 촛불은 어떤 의미로 기억될 것인가. '다이내믹 코리아'에 담긴 역동적이고 긍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대한민국의 저력이 다시 한번 확인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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