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간호사 2차 감염 어떻게]
일단 "안전수칙 어긴것" 판단
사망한 덩컨 체액 접촉 가능성
언론 "총체적 시스템의 실패"
IMF "에볼라의 영향 깊이 우려"
미국 내 첫 에볼라 발병 환자 토머스 에릭 덩컨을 돌보던 텍사스주(州) 댈러스의 텍사스건강장로병원 여성 간호사가 12일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국 내 두 번째 환자이지만, 미국 본토 내에서 에볼라에 전염된 것으로는 첫 사례다. 덩컨은 서(西)아프리카인 라이베리아에서 감염된 채 미국에 들어와 발병한 경우다.
특히 이 간호사는 환자 치료 때 방역 장구를 완벽히 갖췄는데도 전염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당국은 간호사의 감염이 본인의 주의 소홀 때문이었는지, 방역 장구 자체 문제 때문이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토머스 프리든 소장은 이날 "지난 8일 사망한 덩컨을 치료하던 여성 간호사가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고 10일 밤부터 격리됐으나 위험한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간호사는 가운·장갑·마스크·고글 등 보호 장비를 다 갖췄었다"며 "어느 시점에서인가 안전 규정을 위반해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가 덩컨 치료의 어느 단계에서 감염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프리든 소장은 "해당 간호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죽은 환자와 광범위하게 접촉했다"고 말했다.
방역 장구의 신뢰성은 아프리카 현지에서 에볼라 퇴치에 나선 '국경 없는 의사회' 등을 통해 검증됐지만, 의료진이 잠시 방심하거나 급하게 진료하다 보면 전염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AP통신은 덩컨이 신장 투석과 인공호흡을 받을 때 혈관과 기도에 관을 삽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간호사가 환자의 체액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스페인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다 감염됐던 여성 간호사처럼 환자 체액이 묻은 장갑 같은 것으로 무의식중에 얼굴 등을 만졌다가 감염됐을 수도 있다. 보호 장구를 벗는 과정이 가장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템플대 의사인 에일린 파논은 "바깥 장갑, 가운, 고글, 마스크 순으로 벗는데, 가운에서 떨어진 환자의 체액이나 눈물이 감염을 유발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은 "전문가도 많고 의료 수준이 높은 데다 보호 장비까지 잘 갖춰진 미국에서 이런 2차 감염이 일어난 것은 총체적 방역 시스템의 실패"라고 비판한다. 보건 당국이 간호사 부주의만 탓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전미간호사연합(NNU)에 따르면 덩컨 사망 직후 1900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 이상의 응답자가 '에볼라 환자 치료와 관련한 실질적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문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는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회의 공동선언문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인류와 사회·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IMF는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발병국이 갑작스러운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1억3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