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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 없어도 입에서 사르르

[기타] | 발행시간: 2012.04.25일 16:45

[한겨레] [매거진 esc]

도시생활서 건강밥상 차리는 ‘에코밥상’ 김경애 대표의 친환경 음식 제안

간판도 없다. 눈에 띄는 안내판도 없다.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를 빠져나오자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김봉수작명소’다. 장안에서 유명한 곳이다. “‘에코밥상’ 못 찾겠어요?” 손전화에서 들려오는 답은 작명소 뒤 건물 2층이란다. ‘에코밥상’은 숨 막히는 도시 한가운데 숨어 있듯 둥지를 틀고 있다. 식당은 소박하다. 밥상도 순박하다. 멸치조림, 연근초절임, 미역국, 나물비빔밥 등. 평범해 보이기만 한 밥상은 수저로 뜰수록 단아한 풍모가 혀를 휘감는다.

물엿 뺀 멸치조림

장아찌 국물 샐러드 소스

은은한 맛 좋네

‘에코밥상’은 2007년에 현재 대표인 김경애(57)씨와 27명이 공동출자한 친환경 음식점이다. 식재료는 ‘환경연합 에코생협’ 등에서 구입하고, 주방용기는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수 있는 플라스틱 용품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한다. 초창기에는 33㎡(10평)도 안 되는 작은 곳이었다. 김씨는 자연요리전문가인 정노숙 선생과 메뉴를 짜고 맛을 만들었다. 현재 231㎡(70평) 정도로 규모가 커졌고, 일본 아사히신문사에서 출간한 한식당 소개서에 등장하는 통에 요즘은 일본 관광객들도 찾는다. 에코밥상은 농림수산식품부 후원으로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가 시행하는 친환경농산물우수식당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씨의 손에서 튀어나온 맛은 ‘건강식은 몸에는 좋아도 맛은 별로’라는 편견을 깨뜨린다. 유정란찜은 푹푹 숟가락으로 퍼 입으로 나르기 바쁘다. 연근초절임은 시큼한 신맛 사이로 아삭아삭 연근 특유의 식감이 살아 있다.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김씨에게서 건강한 도시밥상 만들기에 대해 물어봤다.

“내가 먹는 것을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지

아는 게 건강밥상 시작”

“대형마트나 슈퍼는 가지 않아요.” 건강 먹거리에 눈을 뜬 이후로 그는 생협(생활협동조합)만 찾았다. “내가 먹는 것을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지를 알고 먹어야 합니다.” 생협에서 구입한 식재료를 100% 활용한다. 쌀 씻은 물조차 버리지 않고 된장국이나 찌개에 사용한다. 심지어 생선이나 그릇을 씻는 물 또는 화분에 주는 물로도 사용한다. 음식을 만들고 남은 파 조각도 잘 다듬어 육수를 내는 데 쓴다. 건강밥상의 시작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밥이 중요한데 식당에서 실컷 음식을 먹고 정작 밥은 안 먹어요.” 농경사회였던 우리 민족은 고기보다는 체질상 곡물이 더 맞는다고 덧붙인다. 맛있는 밥은 식탁의 기초공사다. 그는 영양소가 살아 있는 현미를 쫀득하게 불려서 밥을 만든다. 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채소는 기름을 만나지 않는다. 멸치, 다시마 등을 우린 육수로 자작자작하게 익힌다. “식용유는 유전자 조작된 수입 콩으로 만든 것들이 많아요.” 그는 기름에 민감하다. “일반 식당에 돌솥비빔밥이 기름이 너무 자르르 흐르면 의심해볼 만해요. 눌어붙은 밥알을 잘 떼어내기 위해 값싼 버터를 용기 바닥에 발라 만들기도 합니다.”

한 번에 만들어놓고 두고두고 먹는 반찬들은 바쁜 도시인들에게 필수품이다. 그는 변하는 계절에 따라 생강청, 매실청, 유자청, 오미자청, 마늘장아찌, 양파장아찌 등을 만든다. 잘 지은 밥과 장아찌 하나만 있어도 한 끼 식사가 뚝딱 해결된다. 이 장아찌들은 그만의 맛깔스러운 맛을 만든 비법이다. 장아찌의 국물은 간을 내는 양념으로 활용한다. 아삭아삭한 샐러드에 부으면 발사믹식초 등을 뿌린 서양식 고급 샐러드 부럽지 않다. 조림요리에는 맛간장 대용으로, 쌈장에는 감칠맛을 내는 재료가 된다. 간을 맞추는 요긴한 재료다.

마늘장아찌를 담글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식초나 소금 같은 일반적인 재료도 들어가지만 안동소주도 들어간다. 화학소주가 아니라 증류식 소주다. 알싸한 풍미를 만든다.

그의 밥상에서 풍기는 단맛은 첫맛이 확 당기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오래 남는다. 우리네 어머니들이 만들었던 조청이나 꿀, 천연과일로 단맛을 낸다. 생강청도 단맛을 내는 비법 중 하나다. 음식을 만들고 남은 생강들은 냉장고에서 말라 버리기 일쑤다. “생강을 껍질째 청을 담가요. 납작하게 썰어 유기농 설탕과 함께 청을 담가두면 됩니다.” 오미자청도 1년 내내 샐러드나 각종 재료의 소스로 쓴다.

만들어두고 오래 먹을 수 있는 멸치조림도 그의 손을 거치자 어딘가 맛이 다르다. 크기는 작아도 생선 특유의 맛이 살아 있다. “식당에서 뭉쳐서 나오는 멸치조림은 여러 가지 첨가물이 들어간 물엿으로 만든 것이 많아요.” 아무것도 뿌리지 않은 프라이팬에 멸치만 넣고 볶는다. 멸치조림에 들어가는 꽈리고추 등은 따로 볶는다. “둘을 합칠 때 불 위가 아니라, 식혀 합쳐야 돼요. 그래야 고추의 색이 살아요.” 육수, 진간장, 조청 등이 들어간 조림용 소스가 보글보글 끓을 때 재료를 넣는다. 그의 달걀찜도 고소하다. “일반 식당 중에는 재료비를 아끼기 위해 달걀가루를 쓰는 곳도 있어요. 우리 달걀찜의 맛은 유정란이 비법이죠.” 그는 달걀을 삶을 때 주의할 점도 알려준다. “삶을 때 노른자의 바깥 부분이 녹갈색이 될 때까지 삶으면 안 됩니다. 우리 몸에 좋지 않아요.” 당부의 말이 이어진다. 마트 등에서 생선을 살 때 하지 말아야 할 말이 한 가지 있다고 한다. “소금 뿌려주세요.” 생선에 뿌리는 소금은 어떤 것인지, 어디서 온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도시인들에게 외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때가 있다. 김씨는 “주방이 큰 식당을 선택하세요. 홀에 비해 주방이 작은 곳은 냉동이나 반조리된 재료를 쓰는 경우가 많아요.” 건강 먹거리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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